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 알람 소리에 떠밀리듯 겨우 몸을 일으킨다. 어제의 일상이 남긴 고단함이 가시지 않았지만, 크게 기지개를 켜며 굳은 몸을 깨워본다. 찬물로 세수를 하며 정신을 가다듬고, 거울 앞에 앉아 스킨을 '착착' 두드리는 소리가 오늘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경쾌한 박자가 된다. 정성껏 기초화장을 마친 뒤, 따뜻한 율무차 한 잔을 손에 쥐어본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고소하고 달콤한 온기 덕분에 비로소 '오늘도 무사히 버티자'는 용기가 차오른다.
센터에 도착해 익숙하게 코로나 검사를 마치고 나면 긴장감이 감돌던 마음이 조금은 차분해진다. 1층 휴게실에서 만난 동료 실습생들과 나누는 짧은 대화는 서로에게 건네는 무언의 위로다. 다소 지쳐 보이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짓는 옅은 미소에는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의 끈끈한 전우애가 서려 있다. 잠시 후, 각자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층별로 흩어지고 나 역시 내 실습처인 3층으로 향한다.
3층에 들어서자 팀장님이 다정하게 물으신다. "아침은 먹고 왔어요?"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은 마음에 아침을 걸렀노라 수줍게 답하자, 팀장님은 "이거라도 먹고 힘내야지"라며 폭신한 카스테라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한 잔을 내어주신다. 뜻밖의 배려에 코끝이 찡해진다. 그 달콤한 빵 조각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버텨낼 다정한 응원이었음을 느낀다.
쉼 없이 움직이는 손길, 고통의 곁을 지키는 진심
오전 일과는 쉼표 없이 흘러간다. 거실과 주방, 각 방을 돌며 청소기를 돌리고 어르신들의 손길이 닿는 가구와 안전바, 문손잡이 하나하나 소독약을 뿌려 닦아낸다. 수건을 정성껏 개어 각 자리에 정리하고 나면 이미 온몸에는 땀이 맺히지만, 쉴 틈은 없다. 위생장갑을 끼고 일회용 앞치마를 두른 뒤, 어르신들의 체위를 변경해 드리고 매 순간 내 손을 소독하며 다음 호실로 분주히 발걸음을 옮긴다.
그중에서도 유독 마음이 아렸던 분이 계셨다. 당뇨가 심해 욕창으로 고생하시는 와상 환자 어르신이다. 간호사 선생님이 드레싱 카트를 끌고 나타나시면 방 안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굳어버린 거즈를 조심스레 떼어내고, 붉은 속살이 드러난 환부를 소독약으로 닦아낼 때마다 어르신은 미세하게 몸을 떨며 낮은 신음을 내뱉으신다.
특히 발목 안쪽 복숭아뼈 부근의 깊은 상처를 처치할 때는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려왔다. 살이 여린 그곳을 소독하고 약을 바르는 짧은 시간이 어르신께는 얼마나 날카로운 고통의 터널일까. 나는 조금이라도 통증이 덜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르신의 발목을 조심스럽게 받쳐 들었다. "어르신, 많이 아프시죠. 이제 거의 다 끝났어요. 조금만 더 참으세요." 내 목소리가 어르신께 작은 위안이라도 되길 바라며 곁에서 끊임없이 말동무가 되어드렸다. 땀방울이 맺힌 어르신의 이마를 살피며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곁을 지키는 동안, 어르신의 거친 숨소리가 조금씩 잦아드는 것을 느끼며 누군가의 고통 곁을 지키는 일의 묵직한 가치를 다시금 깨닫는다.
몸이 기억하는 성실함, 나를 세우는 든든한 한 끼
식사 보조와 식탁 청소를 마치고 나서야 찾아온 점심시간. 뜨끈한 황태해장국 한 그릇으로 속을 풀고, 근처 편의점에서 마시는 캔커피 한 잔은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여유가 된다. 오후 실습도 만만치 않다. 어르신들의 옷을 개고, 간식을 챙겨드리고, 다시 욕창 간호를 보조하며 저녁 식사 수발과 설거지까지 마치니 시계는 어느덧 오후 5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사실 실습을 시작하기 전에는 '잘 챙겨 먹고 체력 관리를 제대로 해보자'는 다짐을 했었고, 스승님께서도 단호한 어조로 체력을 걱정해 주셨기에 며칠은 그 조언을 따라보려 노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잡다하게 챙겨야 할 일상의 업무가 많다 보니 꾸준히 잘 챙겨 먹는 습관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실습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내 몸이 무의식 중에 먼저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견디기 위해서라도 챙겨 먹게 되는 것이다. 든든한 열량이 없으면 어르신의 고통을 나누어 짊어질 힘도, 바닥을 닦아낼 기운도 없다는 것을 내 몸이 먼저 알아차린 모양이다.
1층에 다시 모여 실습 일지를 작성하고 소감을 나누며 각자 해산하는 길. 집으로 돌아와 아들과 마주 앉아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을 마주한다. 평소라면 망설였을 밥 두 공기를 순식간에 비워낸다. "엄마, 오늘 정말 잘 먹네?"라며 놀라 묻는 아들의 말에 그저 웃어 보인다. 이 든든한 포만감이야말로 돌아오는 일요일, 어르신들께 다시 건넬 따뜻한 에너지가 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하루를 마감하는 이 시간, 욱신거리는 온몸의 감각이 오히려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 어르신의 아픈 환부를 보며 느꼈던 먹먹함과 팀장님이 건넨 카스테라의 온기를 기억하며, 나는 오늘도 한 뼘 더 성장한 마음으로 다음 일요일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