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룰(Golden Rule), 기본 공식만 잘 따르면 된다
#홍차를 우리는 기본 공식
나의 첫 번째 홍차에 대한 기억은 '립톤 옐로우 라벨을 머그컵에 일단 푹 담가 놓고 한참 있다가 툭툭 털어서 티백 끄집어 낸 후 마셨다가 으앍! 하며 뱉기' 였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는데, 평생을 차의 대중화 (그리고 본인의 사업 확장)에 몸 바친 토마스 립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 베스트셀러 옐로우 라벨을 스트레이트로 잘 우려내는 데는 다소 노력과 경험이 필요한 것 같다.
홍차를 맛있게 끓이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정량과 정해진 시간을 지키는 것.
다만 차도 기호품이니만큼 개인적 취향에 따른 약간의 바리에이션은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브랜드와 제품에 따라서 적절한 시간과 물의 양을 표기해 두기도 한다. 그러나 처음에는 전체 잎차에 적용되는 골든 룰을 지켜서 우려 보는 것이 중요하다.
유명한 티마스터들의 의견 차이는 있지만 :
공식적인 법칙은 3:3:3이다. 300ml 물에, 3g을 넣고 3분 우린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다소 귀찮음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300ml라니, 집에는 저울도 없다. 평소에 요리를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감이라도 있겠지만, 거의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온 예전의 나같은 사람이라면 “그게 어느 정도 양이지?” 하는 생각을 하기 마련.
특별할 것 없는 머그컵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거의 입구까지 채우면 300ml 정도 된다. 위의 사진에서 HOUSE라는 글자 바로 아래가 수선이다. 이 정도의 양으로 보면 된다.
그리고 물은 팔팔 끓여야 하고, 한 번 끓였던 물은 산소가 날아가기 때문에 다시 쓰지 않는 게 좋다. 있는 곳이 사막이라서 물이 부족하다면 다시 써도 되긴 한다.
국내에 있다면, 가장 편하게는 수돗물을 써도 무방하다. 한국은 물이 좋은 편이기 때문. 차를 끓였을 때 가장 맛있는 물 중 하나가 삼다수로 알려져 있긴 한데, 미네랄워터는 권하지 않는 것이 일반론이다.
그렇다면 더욱 까다로운 게 남았다. 3g. 티백이라면 몇 그램 들어 있는지 표기가 되어 있을 게고, 잎차의 경우 사실 홍차의 잎 모양에 따라서 몇 스푼이냐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보았을 때,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스푼으로 가볍게 한 번 뜨면 1.5g 정도가 나온다. 두 번 정도 뜨면 얼추 맞는다. 3g이 약간 넘거나 모자란다고 해도 사실 괜찮다.
분명 처음에는 골든 룰을 지켜서 끓이라고 하고선 한 페이지도 못 지나서 왜 괜찮다고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게 룰을 엄격히 지키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홍차 마시는 게 귀찮아져서 못 마시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냥 홍차는 어렵고 떫은 음료로만 남아 있게 마련.
쉽고 편하게 생각하며 이래저래 마시다 보면 엄격하게 룰을 지키는 게 자신에게 맞기도 하고, 그 룰을 약간 못 지키고 마셨는데 입에 더 맞기도 한다.
3분은 쉽게 지킬 수 있다. 핸드폰 타이머만 있다면. 차를 마시다 보면 예쁜 모래시계나 깜찍한 타이머를 갖고 싶어지게 마련이지만, 핸드폰 타이머가 제일 편하긴 하다.
다만 물을 붓기 시작하면서부터 3분인가, 다 부은 다음에 3분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물을 다 부은 다음부터 3분이다. 물을 부을 때는 최대한 위로부터 붓는 게 산소를 많이 포함할 수 있어서 차가 더 맛있어진다. 그렇다고 소림사에서 차 묘기 보여주듯 너무 위로 주전자를 올리면 위험하니 조심해야 한다. 소림사 티마스터들은 당연하겠지만 아주 잘 훈련된 사람들이기 때문.
그리고 찻잔에도 남은 뜨거운 물을 부어 살짝 데운다. 찻잔을 데우는 것은 뜨거운 차를 붓는 순간 차가운 찻잔때문에 열을 빼앗겨서 순간 식으며 맛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3분동안 티포트에 우러나는 수색을 구경해도 되고, 잠시 주변을 치우면서 차를 기다려 본다.
그러다가 다 우려진 차를 찻잔에 부어 한 모금 마시면 생각하게 될 것이다.
꽤 괜찮은데?
떫지 않은 홍차를 우리는 법. 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