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도 차는 계속 마셔야 한다
요즘에서야 내 보통 체온이 몇 도인지를 인지하고 사는 중이다. 보통 때는 그냥 36.5도이려니, 생각했는데 코로나 덕에 매일 체온을 체크하는 요즘 보니 난 36.2도에서 36.3도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여름이라고 해서 체온이 크게 달라질까 싶었지만, 아침부터 더운 날에는 확실히 체크할 때 0.1도에서 0.3도까지도 올라갈 때가 있다.
기본적으로 따뜻한 음료가 몸에는 좋다지만, 더운 날에는 장사 없다. 시원한 음료가 최고. '아아'도 좋긴 한데, '아이스티'도 꽤 괜찮은 선택이다. 그리고 달콤하게도, 상큼하게도, 깔끔하게도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점.
가장 쉬운 방법은 냉침이다. 대신 시간이 소요된다. 10시간 정도. (뭐?) 이 길고 긴 시간을 쉽게 보내는 방법은, 저녁에 준비해 두고 아침에 마시는 것이다.
우선 350-400ml 정도 되는 뚜껑 있는 머그, 혹은 보틀을 준비한다. 거기에 티백을 넣는다. 뚜껑을 닫고 냉장고에 넣은 후 아침이 되기를 기다려 티백을 꺼내고 마신다.
너무나 간단한데, 여기에서의 포인트는 의외로 단순한 곳에 있다. 너무 오래 - 12시간 이상 - 티백을 담궈두지 말 것. 그러면 티백에서 쓴 성분이 우러나와서 아이스 티의 맛을 망친다. 경험상 가장 좋은 향과 맛은 저녁 10시 정도에 냉침한 후 그 다음 날 아침 7시에 티백을 꺼냈을 때였다.
생수 냉침이 가장 쉽고 질리지 않아 좋지만, 탄산수나 사이다도 아주 맛있다. 냉침하는 방법은 같다. 다만 우리고 나서 뚜껑을 열 때 탄산이 터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특히 아이스 냉침은 가향차, 특히 과일 가향차 티백과 아주 잘 어울린다. 이 분야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루피시아Lupicia'의 '사쿠란보Sakurambo'나 '모모 우롱Momo Oolong', '카렐 차펙karel Chapek'의 '로얄 애플Royal Apple' 같은 차는 정말이지 냉침을 위해 태어난 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을 탄산수 혹은 사이다에 냉침해서 마셔 보면 아이스 티라기보다는 펀치같다는 평이 많기도 하다.
급하게 아이스 티를 마시고 싶은 경우에는 뜨겁게 차를 우린 후 얼음 위에 콸콸 쏟아붓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얼음이 많이 들어가고, 원하는 농도를 맞추기가 아주 쉽지는 않다.
긴 컵에 얼음을 반쯤 채우고(보통 얼음의 양은 300-400g으로 본다), 그 위에 진하게 우린 뜨거운 홍차를 붓는다. 얼음이 녹으면 저으면서 취향에 맞게 조절을 하는 것이다.
보스턴 차 사건이라고 불리는 '보스턴 티 파티Boston Tea Party' 이후 미국에서는 차를 식민지의 상징처럼 여겨 많이 마시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도 사랑받는 차는 있다. 바로 아이스 티.
아이스 티가 처음 발명된 것도 미국이 세인트 루이스 박람회에 참가한 차 상인 리처드 블레친든에 의해서였다. 뜨거운 여름에 뜨거운 홍차를 박람회에서 파니 팔릴 리가 있나- 그러나 (어쩌면 그 날씨에 너무 당연하게도) 어차피 안 팔릴 것, 시원하게나 마시자 싶었던 그는 차에 얼음을 넣었고,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여름에는 시원한 게 최고인 거다.
그렇다면 과일 향이 나면서도 달콤하고 암튼 에이드같이 맛있지만 아이스 티인 그런 음료는 집에서 어떻게 만드는가? '슬기로운 아이스 티 생활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