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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Jul 14. 2020

초보를 위한 티(Tea) 쇼핑 가이드

결국은 취향의 문제지만, 추천은 도움이 됩니다

처음 티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첫 타자는 '포트넘 앤 메이슨 Fortnum and Mason'일 것이라고 늘 생각해 왔다. 다만, 초급자를 위한 추천이라고 생각하면 망설여질 때가 있다. 비싼 고급 제품에 속하는 차를 초보가 마시는 것이 좋은 걸까? 아니면 가격도 맛도 질도 무난한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결론적으로, 나는 잘 모를수록 일단 좋은 것을 먼저 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무엇을 선택해도 일정 이상의 품질과 맛, 향이 보장되고 패키지와 이미지가 모두 만족을 주는 브랜드. 첫 경험이 좋은 인상을 남겨야 그 뒤로도 계속 경험이 이어진다고 믿는달까. 그런 의미에서 믿을 만한 브랜드, '포트넘 앤 메이슨'부터 시작한다.




차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포트넘 앤 메이슨Fortnum and Mason'이라는 브랜드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1707년부터 장장 3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포트넘 앤 메이슨'은 가장 믿을만한, 가장 고급스러운, 영국인이 사랑하는 - 사랑은 하는데 비싸서 자주 안 마심 - 홍차 브랜드다.


윌리엄 포트넘과 휴 메이슨이 피카딜리에 설립한 고급 식료품점으로, 홍차 브랜드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파는 제품군이 홍차, 와인, 비스킷, 초콜릿, 잼, 프리저브, 커피, 디저트 뿐 아니라 테이블웨어, 문구류 등 매우 다양하다.

 

포트넘 앤 메이슨 피카딜리 본점


'포트넘 앤 메이슨'이 유명세를 얻은 것은 '영국 왕실에 납품하는 홍차'라는 명예 때문이었다.

원래 궁중 하인으로서 앤 여왕을 모시던 윌리엄 포트넘이 밖으로 나와 '포트넘 앤 메이슨'을 차렸고, 그 인연으로 왕실에 홍차와 기타 식료품을 납품하게 되어 'Royal Warrant'를 얻었으며 ‘Royal'이라는 칭호를 쓸 수 있게 된 것. 능력만큼이나 연줄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 참고 링크: Royal Warrant Holders

https://www.royalwarrant.org/company/fortnum-mason-plc


국내에도 신세계 백화점에 매장이 들어와 있지만, 국내에 들어온 제품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훨씬 많은 종류의 차를 매년 다양하게 생산하고 있는 브랜드다. 그런 만큼, 마실 만한 차도 많고, 호기심 가는 차도 많아서 처음엔 제대로 고르기도 어렵다.


그 중 추천할 만한 차를 소개한다.

아, 추리느라 너무나 힘들었다.

사실 다 맛있다. F&M은 사랑입니다.


로열 블렌드(좌), 퀸 앤(우)

# 로열 블렌드 Royal Blend

No.1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포트넘 앤 메이슨을 대표하는 홍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마시는 사람도 조금 옅게 우리면(2.5g, 3분, 300ml 정도. 홍차 우리는 법은 이 글 참고)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향도 맛도 좋다.


무엇보다 매일 마셔도 질리지 않는다. Daily Tea로 가장 좋은 제품이고, 영국식 밀크티를 만들어도 아주 맛있다. 에드워드 7세를 위해 블렌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내가 왕이라고 해도 어차피 브랜드에서 나를 위한 홍차를 만들어 준다면 이렇게 꾸준한 스테디셀러가 된다면 기분 좋을 것 같다.


# 퀸 앤 Queen Anne

로열 블렌드와 기본적으로 유사한 맛인데, 조금 더 깔끔하고 정제된 느낌의 차. 포트넘 앤 메이슨 창립 200주년을 기념해서, 영국의 홍차 문화와 인기에 큰 영향을 미친 앤 여왕을 기리며 만든 블렌딩이다.


앤 여왕은 그레이트 브리튼 왕국의 최초의 왕이기도 하며, 국내에도 최근 개봉한 《더 페이버릿 The Favourite》에 등장하기도 했다. (올리비아 콜맨이 분했다) 밀크티보다는 그냥 마시는 것이 더 좋은, 날씨 좋은 오후에 잘 어울리는 향긋한 차이다.



# 웨딩 브랙퍼스트 Wedding Breakfast

비교적 최근에 블렌딩된 차인데, 다이애나 비의 첫째 아들인 윌리엄 왕세손의 결혼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원래는 한정판으로 만들어졌었지만 반응이 좋고 인기가 있어서인지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왕세손이 프로포즈를 한 장소라는 케냐 - 아니, 어쩌다 내가 이런 것까지 알게 된 건가, 내가 프로포즈 받은 장소도 가물가물한데 - 의 찻잎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웨딩'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샬라라함, 가볍고 기분 좋은 느낌보다는 좀더 묵직하고 잘 다듬어진 클래식 티이다. 아이스티로 만들어도 상당히 맛있기에, 여름에 자주 애용한다.


# 로즈 포우총 Rose Pouchong

로즈 페탈 (= 장미 꽃잎)과 홍차를 블렌딩한 포트넘 앤 메이슨의 대표적 장미 가향 홍차. 장미는 자주 쓰이는 블렌딩 재료 중 하나지만 생각보다 좋은 블렌딩을 찾기가 쉽지 않다.

중국차를 베이스로 만들었고, 이름에서부터 중국 우이산의 유명 홍차 랍상소우총(참고글: 스모커가 사랑하는 홍차) 을 떠올리게도 한다. 다만 '포우총' 자체는 '포종(차)'를 의미하는 것으로 우롱차보다 발효도가 낮은 특정 종류의 차를 칭한다. 

이렇게 캐릭터가 강한 홍차와, 못지 않게 특색 강한 장미향을 잘 섞어서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F&M의 저력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블렌딩.


밀크 초콜릿과도 잘 어울린다. 포트넘 앤 메이슨에서는 고기와 생선 요리와의 궁합도 추천하는데, 고기는 괜찮지만 생선은 애매한 감이 있었다.


# 바닐라 누가 티 Vanilla Nougat Tea



누가(Nougat)는 설탕이나 꿀에 견과, 혹은 과일을 섞어 만든 달콤한 디저트이다. 대만 브랜드지만 몽샹82 등에서 누가 크래커를 유행시켰고, 유럽이나 중동에서는 크리스마스에 많이 먹는다. 거기에 바닐라 향까지 첨가되어 정말로 진하고 달콤하다.


역시나 밀크티로 만들면 아주 좋고, 포트넘 앤 메이슨 티백 중에서도 고급 라인이라서 실키 백을 사용하고 있다.




영국의 홍차가 보다 클래식하고, 가향차라 해도 홍차 특유의 맛과 향을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면 또 다른 차의 강국인 프랑스 홍차는 다른 느낌이다. 향수의 나라인만큼 가향(flavor)의 퀄리티와 다양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 중 대표적인 브랜드인 '마리아쥬 프레르Mariage Freres'의 추천 홍차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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