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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ie Jul 01. 2020

스모커가 사랑하는 홍차

커피와 담배, 아니 홍차와 담배

짐 자무쉬의 《커피와 담배》는 규모로 따지자면 소품인 영화지만 그 뒷맛과 여운이 오래 남는 작품이다. 11개의 짧은 단편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쉬지도 않고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워댄다. 영화를 보고 있다 보면 커피 한 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담배 한 개피를 피워 물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저러다 일찍 죽겠다는 생각도 든다.



홍차와 커피는 둘 다 기호 음료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둘의 톤 앤 매너는 꽤 다른 느낌이다. 나긋나긋하고 향긋하며 다정한 쪽이 홍차라면 좀더 쉬크하고 서늘한 쪽은 커피라는 느낌. 그래서인지 커피와 담배는 꽤나 잘 어울리는 조합같다. 고뇌하는 인간상이랄까?


그러나 홍차 중에서도 스모커들이 좋아할만한 차가 있다. 바로 정산소종, 혹은 랍상소우총(lapsangsouchong)이라고 불리는 훈연향의 차.


중국 푸지엔 성의 우이산(=정산)에서 생산되는 이 매력적인 홍차는 최초의 홍차라고 불리기도 하며, 수분을 날리는 과정에서 흰 소나무를 태운 향을 입히기에 강렬하고 심지어 매캐하기까지 한 향을 갖고 있다.


상하이 티가든의 랍상소우총(좌), 중국 정산소종(우)


워낙 유명한 홍차이기에 유명세를 믿고 샀다가 한 모금도 제대로 못 마시고 피눈물을 흘리는 홍차이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매니아가 많은 홍차이기도 하다. 그 훈연향이 담배의 알싸한 향과 비슷해서 스모커들이 즐기는 걸로도 알려져 있지만, 사실 제품에 따라 그 강렬함의 정도가 다소 달라서 '그냥 먹을 만 하네' 싶은 경우도 꽤 있다. 그러나 또한 한약재나 사약과 같아서 도저히 못 먹겠다 싶은 경우도 있다고 하니 - 사실 여태 내가 먹어 본 중에는 이 정도는 없었다 - 호불호가 갈리는 홍차인 것은 확실하다.


아일랜드가 자랑하는 소설가이자 《율리시즈》의 작가인 제임스 조이스가 파리 강변의 영어 전문 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를 방문했을 때, 그 곳의 주인인 실비아 비치가 대접했던 차도 랍상소우총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조이스가 그 홍차를 기꺼워하며 마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그 훈연향은 조이스와 꽤 잘 어울리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랍상소우총. 진한 주황색 수색과 특유의 훈연향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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