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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Jul 01. 2020

어제 뭐 마셨어? 화를 달래는 차(Tea)

대기업 일개미의 어이없는 오후

※ 글을 시작하기 전에, 제목의 「어제 뭐 마셨어?」는 일본 만화가 요시나가 후미의 작품  「어제 뭐 먹었어?」의 오마쥬임을 밝혀 둔다. 그렇다고 이 글의 주인공이 게이라는 것은 아니다. 본 사람은 아는 얘기.


왜 항상 상무님은 어제와 오늘의 말이 달라질까. 아침 9시부터 호출해서 사람들을 불러모은 J상무는 장장 1시간 동안 본인의 '스피치'를 했고, 삼삼오오 모여 앉은 팀원들은 다들 입을 가린 마스크에 감사하면서 일본 라멘집 입구의 마네키네코처럼 고개만 주억거리고 있다.


어제는 분명 자기에게 필요한 건 A라고 해 놓고 오늘 급하게 A를 만들어 가니 자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 B를 요구한다. 그러고 나서 하는 마지막 말이 화룡점정. "내가 한 달째 이 말을 하고 있는데, 아무도 제대로 해 오는 사람이 없어!"

한달 동안 내가 휴직을 했던 것도 아니건만 왜 난 저 말을 처음 듣지?


상무님이 치매인가, 아니면 내가 부족한 직원인가. 이것은 정당한 업무 지적인가, 아니면 자존감을 깎아 이직을 방지하려는 가스라이팅인가. 생각하면 할수록 알 수가 없다.


대부분의 직원은 여기서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팀원들을 내보내고 리더십에 관한 나머지 잔소리를 더 들어야 하는 팀장님은 제외된다) 100% 가까이 차오른 분노 게이지를 팀원들과 폭발시키기 위해 구석의 조그마한 회의실로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다소 숨을 고른 후 오늘도 회의실에서 살아서 나오긴 한 것에 대한 안도를 할 것인가.


두 번째 선택을 했다고 해도 화난 마음을 쉽게 가라앉힐 수는 없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분노가 마음을 잠식하게 되면,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어진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차 레시피.




독일의 차 브랜드 로네펠트의 '루이보스 밸런스Rooibos Balance'는 매우 화사하고 풍성한 향기를 갖고 있다. 틴을 열기만 해도 꽃향기와 과일향기가 아찔할 정도로 코를 자극해 온다.


루이보스 밸런스(좌), 틴을 열었을 때(우)


'루이보스'는 정확히 말하자면 '차(Tea)'는 아니다. '차'는 차나무에서 재배한 찻잎만으로 만들어지거나 혹은 1%라도 섞여 있는 음료를 칭하는데, '루이보스'는 '붉은 관목, 혹은 덤불'이라는 의미를 가진 남아프리카의 침엽수다.


루이보스는 특유의 단맛과 향이 있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데다 카페인이 없어서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화가 났을 때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를 마시게 되면 더욱 심장이 뛰고, 그로 인해 더 마음이 불안정해지기도 한다. 향긋한 향기를 맡으며 단맛을 음미하고 있다 보면 "그래, 될 대로 돼라.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게 된다. (좋은 건가?) 이렇게 또 오후를 버텨낼 힘을 얻었다.


* 루이보스 밸런스 (로네펠트, 독일)

WHAT 그린루이보스, 가공파파야, 엘더베리, 블랙베리잎, 엘더베리 꽃, 장미꽃잎, 블루말로우 꽃 함유

WHERE 로네펠트 티하우스(코엑스, 충정로, 용인, 화성 - 단, 모든 지점에 있다고 할 순 없음)

HOW 일반 차 우리듯 우리기 (홍차를 우리는 기본 공식)




만약 첫번째 초이스대로 팀원들과 분노 게이지를 폭발시키러 간다면?

차보다는 술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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