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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Jul 30. 2020

말차, 맛차, 격불하다

100% 들이키는 자연의 맛

"격불"이 뭘까?


말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궁금증을 일으켰던 단어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낯설고, 들어본 적이 없는 그 단어가 내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격불(擊拂)'은 문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세게 쳐서 떨쳐낸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데, 말차를 만들기 위해 차선을 빠르게 움직여서 거품을 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말차(抹茶)와 맛차는 같은 의미로, 한자로 말차를 일본식으로 읽으면 '맛챠(まっちゃ)'가 되는 것이다.  '말'은 '가루(로 만들다)'는 의미이므로 영어로는 'powder tea'라고 볼 수 있는 것. 처음에 들었을 때는 두 개가 다른 차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같은 차였다.


영롱한 말차의 거품.. 이라기엔 약간 망함


한국에서도 말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가히 말차 유행은 태풍이라고 할 만하다. 스타벅스에서도 유기농 말차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말차 베이스의 음료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각종 디저트에도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다만 진짜 말차를 음료나 디저트에 쓰기엔 원가가 엄청날 텐데- 하는 우려는 든다)


보통 차는 물에 우려서 마시기 때문에 100% 영양소를 섭취하기가 어려운데, 말차의 경우에는 찻잎 자체를 가루로 만든 가루차이기에 찻잎의 모든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차광재배'한 차 특유의 쨍한 초록색과 더불어 '건강에 좋은 차'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인기는 점점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차광재배는 말 그대로 빛을 차단해서 차를 재배한다는 것인데, 빛을 차단하면 잎이 엽록소의 양을 늘려서라도 광합성을 하려고 애를 쓴다. 왠지 불쌍하다 얘도 먹고 살려고 그러다 보니 잎도 커지고 더욱 초록색도 진해지며, 동시에 영양소 측면에서도 카페인이 많아지면서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이 많아지는 변화가 생긴다.


말차는 사실 매우 고급차로서, 보통 의식(다도)에 많이 사용되는 차다. 봄의 햇차, 즉 품질 좋은 고급차 중에서도 차광재배를 통해 정성을 들여 키우고, 잎맥을 제거한 후 맷돌로 갈아 내는 품을 들인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말차는 매우 비싸기도 하다.


비록 다도처럼 엄격한 의식을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캐주얼하게 말차를 마시는 방법도 또다른 재미다.


다소 이것저것 차린 세팅이지만 다 갖추려면 더 많은..


확실히 서양의 홍차와는 세팅이 다르다. 가장 왼쪽에 있는 것이 말차. 루피시아에서 나오는 말차도 많이들 마시는 차 중 하나다. 그 옆에 있는 체에 말차 가루를 넣고 곱게 갈아 준다. 그리고 갈아낸 말차를 중간의 금색(!) 통에 넣어서 보관한다. 갈아내는 순간부터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먹을 만큼만 조금씩 갈아내는 것이 좋다.


차선을 휙휙 움직여서 거품을 내는 것이 중요


그리고 차선(遮扇), 작은 빗자루 모양의 차선으로 격불을 한다. 앞에 있는 도기 그릇에 말차를 차시(= 길쭉한 일본식 차 스푼)로 두 스푼 정도 넣고 따뜻한 물을 약간 부은 다음에 빠르게 휘젓는다.


영문자 M을 그리듯이 위아래로 빠르게 휘저어야 하는데, 손목이 재빠르게 아파온다. 스냅이 매우 중요하지만 아주 어려운 건 아니다. 그러다 보면 거품이 조금씩 생긴다.


말차 아이스라떼. 내가 만들었지만 맛있다..


그냥 그대로 마셔도 되고, 얼음과 물을 섞어 말차 아이스티를 만들어도 좋다. 물론 말차라떼를 만들 수도 있고, 응용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마시는 것을 제일 선호하지만, 처음 먹을 때는 의외로 미숫가루 마시는 듯한 뻑뻑함이 목구멍 근처에 남는다.




운동을 마치고 나서 초록이 그득한 말차 한잔을 하면 마치 내 삶이 건강의 아이콘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문제는 보통 운동을 잘 안 하고 말차만 마신다는 것이지만.


건강하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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