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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Jul 10. 2020

차와 음식의 마리아주, 입에 감기는 꿀조합

성공을 보장하는 티페어링(Tea Pairing)

차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은 사람들, 혹은 차가 싫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난 항상 권한다.


잘 어울리는 음식에 곁들여서 마셔 보세요. 진짜 신세계를 맛볼 수 있을 거에요.


와인과 음식의 조합을 흔히 “마리아주”라고 하는데, 차에도 분명 “마리아주”가 존재한다. 특히 와인만큼이나 차도 종류가 많고 다양하며 역사가 오래 되었고, 테루아(= 토양, 환경적 요소)와 블렌딩에 따라 천차만별의 향과 맛을 내기 때문이다.


차만 마시는 것도 분명 깔끔하고 고유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겠지만, 내게 있어 차는 일상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음료이기에 곧잘 음식과 곁들여 마신다.


그 중 거의 항상 성공했던 페어링을 몇 가지 소개한다. 참고로 홍어와 취두부, 수르스트뢰밍을 제외하고는 별로 못 먹는 게 없는 입맛이다. 그러나 조합은 개인 취향이므로 하나씩 먹고 마셔 보며 구미에 맞는 걸 찾는 것도 좋을 듯.


참고로 디저트, 쿠키, 빵 종류는 일부러 뺐다. 그 모든 것들이 거의 차와 잘 어울려서 굳이 분류할 것도 없기에(...) 굳이 추천한다면 까늘레, 스콘(크림티로 마시는 경우), 휘낭시에가 나의 페이버릿.


만두와 홍차


# 만두, 딤섬, 미트파이 - 얼 그레이

약간 기름진 입 안을 얼 그레이의 베르가못 향이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얼 그레이 자체는 초 인기 베스트셀러임에도 불구하고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홍차인데, 이 페어링에서는 실패가 별로 없다.


# 만두, 햄, 소시지, 훈제연어, 치즈 - 랍상소우총(정산소종)

만두만 계속 먹냐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그 중에서도 부추만두 류에 잘 어울린다. 그리고 향이 강한 치즈나 소시지에도 잘 맞는 궁합이다. 특히 스모크 햄 종류는 매우 좋다. 마찬가지로 훈제연어와도 잘 맞는 조합. 훈제연어 샐러드보다는 훈제연어만 먹거나 사케동으로 만들어 먹는 게 더 잘 어울린다.


민트 티와 고기고기. 양고기는 특히 민트 젤리랑도 먹을 만큼 잘 어울린다.


# 구운 고기 - 민트 티

모로칸 민트티나 페퍼민트, 애플민트 티 다 좋다. 다만 민트 향이 강하므로 고기를 다 먹고 나서 마실 것을 권한다. 입 안과 내장(?)을 깔끔하게 해 줄 뿐 아니라 소화에도 도움이 된다. 고기 애호가라면 집에 상비해 두는 것도 추천한다. 우리집에도 민트 티가 항상 있지만 고기를 별로 안 먹는 것이 함정.


# 치킨 - 실론 아이스티

다이어트에 신경 쓰인다면 맥주보다는 아이스티! (아니 그런데 다이어트에 신경 쓰면 애당초 치킨을 먹으면 안되는 거 아닌가?)

아무튼 냉침한 실론 아이스티를 치킨, 특히 간장치킨이나 오븐치킨 류와 먹으면 조합이 좋다. 크게 향이 강하거나 캐릭터가 있지 않아서 쉽게 마실 수 있고 홍차 특유의 살짝 떫은 맛이 치킨에 대한 식욕을 돋워 주는 듯. 아이스티와 함께라면 치킨 한 마리는 금방..


과일과 우롱차 페어링


# 과일 - 우롱차, 백차

과일은 홍차와 블렌딩하는 최상의 재료  하나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어울릴 수밖에 없다. 다만, 티푸드로서의 과일을 생각해 보았을 때는, 내겐 홍차보다는 우롱차나 가벼운 백차 쪽이 좀더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홍차의 수렴성(= 떫은 맛)이 과일의 수분 가득한 청량함이나 상큼함을 오히려 깎아 내린다는 인상을 받아서다. 그래서 의외로 감, 사과, 참외, 멜론 등 다소 과육이 단단하고 단 것들은 홍차와도 괜찮지만 전반적으로는 좀더 맛이 가볍고 정제된 우롱차와 잘 어울렸다. 다만, 말린 과일은 홍차와도 잘 맞는다! 특히 건포도나 라즈베리는 좋은 조합.


# 견과류 - 다즐링

다즐링은 인도의 다즐링 지방에서 생산되는 특급 홍차다. 특히 다즐링 퍼스트 플러쉬(first flush)는 가장 비싼 홍차 중 하나이기도 한데, 다즐링 특유의 떫고 오묘한 맛이 견과류와 매우 잘 어울린다. 개인적으로 즐겨 먹는 것은 호두 2~3알과 다즐링 한 잔. 혹은 달콤한 티푸드를 원한다면 넛츠 쿠키나 넛츠 타르트도 맛있다. 아니, 사실 이 정도 되면 다즐링 없이도 그냥 맛있긴 하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잘 어울리는 조합은 양쪽의 맛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시너지를 낸다는 점이 포인트다.



# 초콜릿 - 녹차, 보이차

처음 추천을 받아서 먹어 보았을 때 의외로 잘 어울려서 놀랐던 조합. 사실 '초콜릿 티'도 여러 브랜드에서 나오고 있을 만큼 인기 있는 재료지만 티푸드로는 어떨까? 싶었다. 그러나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다양한 차와 잘 어울렸고, 특히 씁쓸한 다크 초콜릿은 약간의 꿈꿈한 향과 맛을 지닌 보이차와 궁합이 좋다. 혹은 떫지만 깔끔하고 정갈한 맛을 내는 녹차와도 잘 맞아서, 녹차 초콜릿이 나오는 건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현재 찾고 있는 건 떡이나 한과류와 잘 어울리는 홍차, 피자나 파스타와 잘 어울리는 홍차 등이다. 이렇게 차와 함께 했을 때 맛있고 잘 어울리는 음식을 찾아가는 것도 차 생활의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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