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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ie Jul 03. 2020

가난한 자의 티테이블

크림티(Cream Tea)로 즐기는 티타임

※ '가난한 자'는 은유적 표현일 뿐임을 밝혀둡니다.


찻잔과 티포트, 스트레이너가 있으면 이미 티테이블 세팅의 75%가 끝난 셈이다. (참고 글: 찻잔이 예뻐서 샀을 뿐인데)


나머지 25%는 무얼로 채울까?


영국에는 “크림 티 Cream Tea”라는 메뉴가 있다. 크림이 올라간 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차와 스콘과 잼, 클로티드 크림으로 구성된 티테이블을 말한다.


예전에는 그저 뻑뻑한 빵으로 여겨졌던 스콘이 요즘은 꽤 다양하게 나와서 인기를 얻고 있는데, 전통적인 스콘은 중간에 크랙(= 갈라짐)이 있는 다소 납작한 원통형이다. 그래서 스콘은 꼭 중간 크랙에 따라서 잘라서 그 중간에 잼과 클로티드 크림을 발라야 한다고 한다.


스콘은 유래에 대한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스코틀랜드 왕국에서 즉위식을 치르던 스콘(scone) 지역에서 그 이름이 왔다는 설이다. 그에 따르면, 크랙에 따라 자르지 않고 마음대로 쪼개는 것은 왕권의 전복(!)을 의미한다고 받아들여졌다고.


굳이 저런 법칙과 유래가 없어도 그냥 자연스레 크랙에 따라 자르게 되긴 한다. 하지만 스콘을 자르는 것까지 내 맘대로 못하면 대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뭔가! (화르륵)

일반적 매너가 그렇단 얘기.


방배동의 오래된 홍차 가게, 티에리스의 크림티


보통은 딸기잼과 클로티드 크림Clotted Cream을 함께 둔다.

클로티드 크림은 데본셔 크림이라고도 불리는 뻑뻑하고도 엄청 맛있는 크림이다. 그냥 먹으면 약간 느끼하다 싶기까지 한데, 스콘의 짭조름함과 어울려 천상의 시너지를 낸다. 사실 이건 좀 과장이다. 하지만 찰떡궁합인 건 맞다.


클로티드 크림이 없으면 버터도 괜찮은 선택이지만, 잼과 꼭 같이 바르자. 그래야 맛있다!


한국에 비해 홍차 문화가 많이 발달한 일본은 크림 티에 클로티드 크림을 내는 곳이 꽤 많은데, 국내는 아직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사고 싶어도 일부 식료품점 외엔 구하기 어려웠으나 요즘은 구할 수 있는 곳이 많이 늘었다. 나는 주로 성균관대 근처의 작지만 건강한 빵집에서 구입한다.

그러나 한꺼번에 많이 사지는 말 것. 그리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재료는 아니다.


하나의 접시에 스콘과 잼, 크림을 얹고 티포트에 차를 우려서 내면 작고 아담한 티테이블이 완성된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간단한 티테이블을 넘어서, 예쁘게 꾸미고 3 트레이도 쓰는 ' 잡고 제대로 하는 티테이블 세팅'으로 이어집니다. (어쩌다 보니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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