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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Sep 01. 2020

비혼주의자의 결혼, 딩크의 출산

살다보면  어느 순간 후회할 수도 있겠죠

결혼 전, 나는 비혼주의자였다. 어떤 이유로 결혼이 싫어서라기보다는 당시 계속적으로 공부를 하면서 학계에 몸담을 생각이었고 그 삶 자체가 파트너에게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비혼으로 사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했던 것이다.


나의 비혼주의를 지나치게(?) 천명하고 다녔던 관계로, 나중에는 다소 비굴하게 웃으며 친구들에게 청첩장을 내밀어야 하는 신세가 되었지만 - 그리고 쏟아지는 장난스런 야유와 그 끝의 강렬한 축하 - 나는 결혼을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그 때 이후로 공히 「 절대 OO는 안 해 」 라고 말할 권리를 잃었다. 적어도 친구들에게는.


그래서 딩크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더욱 많은 고민이 있었다. 결혼을 원하지 않았지만 해서 좋았지. 하지 않았더라면 후회했을 거라고 지금도 생각하지. 그렇다면 결국 남들이 말하는대로 아이를 낳는 것이 좋지 않을까? 다들 권하는 데는 결국 이유가 있지 않을까?


다소 이상한 비유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마음으로 다들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사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수많은 쇼핑의 경험을 비추어 보아, 그 기준으로 샀을 때 큰 후회가 없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이 '출산'이라는 것은 인류의 길고 긴 히스토리 동안 쌓인 수많은 긍정 리뷰가 있고 - 물론 1년째의 후기는 육아로 인한 고통의 리뷰인 경우가 많지만 - 많은 사람들의 One-pick인 셈이다. 후회 없는 선택, 내 인생 최고의 선택, 강추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면, 혹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으며 리뷰도 거의 없는 쪽에 끌린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후회할 수도 있을 거라고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특히, 결혼과 달리 임신과 출산은, 적어도 여성에게는 시간 제한이 있고, 그 시간이 지나서 선택권조차 없을 때가 왔을 때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게 된다면 그건 돌이킬 수 없다는 것도.


「후회하지 않을 거야」 라고 말해버리기에는, 나는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원하는 인간임을 스스로 알고 있다. 이것도, 저것도, 그것도 사실은 다 갖고 싶다고 생각하는 류의 인간이라는 것도.


그래서 길고도 굵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은, 「후회해도 어쩔 수 없다」 였다. 그 누가 자신의 모든 선택에 대해 100% 만족하고 후회하지 않으며 살 수 있을까? 우리의 이 선택은 그 수많은 선택 중 하나일 것이다. 또한 다른 선택을 한다고 해서 후회에 대한 가능성이 완전히 옅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기서 나와 Y가 생각한 것은 또 하나 있었다. 후회할 가능성도 분명 존재하는, 아직은 가 보지 못한 미래가 왔을 때 현재 내린 우리의 결정에 정서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슬퍼하거나, 우울해 하거나, 무엇보다 과거의 서로를 원망하지 않을 것. 그 땐 의학이 엄청 발달해서 후회하는 우리를 도와줄지도 모르고


이것은 스스로의 이성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일 수도 있다. 인간은 간사한 존재라, 그 때가 되면 어찌 될 지 모른다. 냉정히 말하자면 결국 스스로를 믿고 가 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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