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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삼삼 Feb 11. 2023

세상에서 가장 슬픈 편지

볼 수 있어도 볼 수 없다는 것


 "항상 복된 생애가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이산가족의 편지 글귀.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인데 '다음에 만나자'는 기약이 없다. 마치 죽음을 가정하고 쓴 유서처럼 막연하게 슬프다.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도 평생 볼 수 없다면, 그래서 내가 가족에게 이런 편지를 써야한다면 그 심정은 어떨까. '차라리 가족이 아니었으면' 하고 현실을 부정하고 싶을 만큼 슬프지 않을까.


 "다음에 밥 먹자", "이따 전화할게", "나중에 봐", 이렇게 다음을 기약하는 모든 상투적인 인사들이 실은 얼마나 큰 축복 속에 나온 말인가. 어쩌면 우리가 일생을 살면서 하는 모든 말들이 "서로 닿을 수 있음에 감사합시다"일지도 모른다.


- 2014년 2월 20일, 이산가족 상봉 취재 당시 적었던 일기 중 일부



 과거 취재기록을 정리하다 한모퉁이에 적어둔 일기를 발견했습니다. 일기에 담긴 편지 글귀는 당시 43세였던 최용성 씨가 40여 년 전 납북됐던 삼촌에게 쓴 장문의 편지 중 일부입니다. 용성 씨는 편지에서 남쪽 가족의 소식을 일일이 전하고 "우리 모든 가족들은 작은 아버님의 모습과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항상 복된 생애가 되기를 바라겠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가장 최근에 열린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2018년 8월에 진행됐습니다. 그걸 마지막으로 5년 가까이 열리지 못했는데요. 그 사이 최근 3년간 1만 명이 넘는 상봉 신청자 분들이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눈을 감으셨습니다. 부디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인도주의적 교류 남북관계의 부침과는 무관하게, 언제든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는 그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북한에서 열린 이산 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영실 할머니(87, 오른쪽)가 북측의 여동생 리정실(84) 할머니 손을 잡고 우는 모습. 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2014/2/20.


 -참고 기사 : https://m.yna.co.kr/view/AKR20140220118752014?section=search/news

이산가족 '눈물의 상봉'…납북선원 2명도 가족 만나,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2014/2/20.


https://m.yna.co.kr/view/AKR20230206154000504?section=search/news

"2020년 이후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만명 숨져…고령화 심각", 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20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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