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뱅 쿠키를 만들어봤습니다

feat.초보 엄마의 홈베이킹

by 아삼삼

르뱅 쿠키를 아시나요? 뉴욕의 유명한 르뱅 베이커리 쿠키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오동통통하고 달달한 쿠키를 흔히 르뱅 쿠키라고 통칭하는데요. 초콜릿이나 견과류 같은 다양한 재료를 꾹꾹 채워 넣은 만큼 맛도 칼로리도 덩달아 후덕한 게 특징입니다.


이것이 '원조'인 르뱅 쿠키입니다. 뉴욕 르뱅 베이커리. https://levainbakery.com


어제 밸런타인 데이를 하루 앞두고, 홈베이킹 초보자인 제가 이 르뱅 쿠키 만들기를 시도해봤습니다. 처음에 레시피를 찾아 인터넷과 유튜브 곳곳을 뒤졌는데, 종류가 참 다양하더라고요. 그 수많은 레시피 중에 제 눈에 딱 들어온 건 이거였습니다. '성공률 100% 르뱅 쿠키 만들기'. 성공률 100%라니. 고물가 시대에 재료 낭비도 없이, 1분 1초가 소중한 아기 엄마의 자유시간을 엄호해주겠다는 당찬 표현에, 저는 홀랑 넘어갔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베이킹에 착수했지요.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버터 300g, 황설탕 300g, 달걀 150g, 중력분 550g, 베이킹 파우더 10g, 소금 5g, 바닐라 익스트랙 5g, 다크커버춰 초콜릿 250g, 호두 200g. 아, 재료 양이 왜 이렇게 많냐고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1분 1초가 소중한 아기 엄마이기 때문에 한 번 만들 때 옹골지게 많이 만들어놓아야 오래 쟁여두고 먹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쿠키 30개 분량으로 넉넉히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 혹시나 3~5개 정도로 소량 만들고 싶은 분들은 글 하단의 레시피 원문과 유튜브 링크를 참고해주시면 됩니다.)


일단 버터와 계란은 1~2시간 전에 꺼내서, 실온 상태에 뒀습니다. 그리고 버터를 풀어줬어요. (혹시 미리 실온 상태에 꺼내지 못한 분들은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리셔도 됩니다.) 버터가 말랑말랑하게 잘 녹자마자 설탕을 넣어서 주걱으로 잘 섞었습니다. 그 다음 휘핑기로 완전체가 되도록 잘 섞어줬어요. 그 뒤, 미리 노른자와 흰자를 섞어뒀던 계란물을 3번에 나눠서 넣어주면서 다시 휘핑기로 잘 섞었습니다. 그 반죽에다 바닐라익스트랙을 넣고 휘적휘적한 후에는, 중력분과 베이킹파우더, 소금을 체에 거르며 넣어줬어요.


주걱을 세워서 쓱쓱 섞어주다보니, 오른팔 이두박근이 후끈해지더군요. 딱 그 때, 반죽이 낱가루 없이 잘 섞인 상태가 됐습니다. 그래서 운동을 잠시 멈추고, 호두와 초콜릿을 넣고 대충 섞은 후 반죽을 조금씩 떼어내서 동글동글 탁구공만한 사이즈로 빚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놓은 탁구공 스타일의 반죽들은, 190도로 10분 예열을 마친 에어프라이어에 서로 널찍이 떨어뜨린 후 180도로 15분 5개씩 구웠습니다.


이두박근이 후끈해졌다면, 반죽이 얼추 다 됐다는 뜻입니다. by 아삼삼


처음 타이머가 돌아가며 째깍째깍 소리를 내는데, 세상 그렇게 초조한 15분이 없더군요. 문득, 시어머니가 제게 해주셨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내가 김치를 담그려고 어느 유명한 김치 명인의 레시피를 따라했는데, 세상에. 그 해 김치를 다 말아먹어버렸지 뭐니. 어쩜 맛이 없어도 그렇게나 없던지... 욕지기가 다 나오더라." 순간, 재료 양을 5배 늘려 만든 탁구공 30개가 제 눈에 들어오더군요.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망하면 어떡하나... 저 똥구리 30개를 어떻게 처리하지.


똥줄 태운 탁구공들. 에어프라이어에 들어가기 전 줄 서 있다. 원조 르뱅 쿠키는 더 크다.

실패의 두려움에 휩싸여 사색이 된 그 순간, 띠링 소리가 났습니다. 쿠키가 다 구워졌다는 알람이었죠. 전 찌푸린 미간을 채 풀기도 전에, 뜨끈하고 납작해진 탁구공을 입에 앙 넣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와... 세상에. 처음에 진짜 뜨거워서 놀랐다가, 두 번째는 눅진눅진하고 달달하고 후덕한 맛에 놀라버렸습니다. 지금까지의 온갖 잡념을 싹 붙들어 매는 맛이더군요. 재료 양을 5배로 늘린 것 따위 하나도 안 아까운 맛이었습니다. 아니, 탁구공 30개가 아니라, 60개로 만들었어야 하는 맛이었지요.


한껏 납작해졌지만, 맛 만큼은 시판 쿠키 저리가라인 홈메이드 르뱅 쿠키. by 아삼삼


나중에 퇴근한 신랑에게 일부러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이거 먹어봐"하고 건네봤습니다. 기대감을 낮추는 1차원적인 전략이었죠. 덕분에 별 생각 없이 받아먹은 신랑의 표정은... 무표정에서 갑자기 화색이 돌더니 엄지척을 하더군요. 입맛 까다롭기로 소문난 사람인데, 몇 번이고 감탄하며 집어먹더라고요. 덕분에 흐뭇해진 저는 엄마 표정으로 신랑의 먹방을 지켜보다 휴대폰을 꺼내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레시피를 공유해준 그 분을 찾아가 하트를 꾹 눌러드렸습니다. 1분 1초가 아까운 아기 엄마에게, 그것도 재료 한 톨도 남기기 아까워하는 짠돌이에게, 시간도 아끼고 재료도 버리지 않으면서 맛있는 간식을 쟁여놓을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고마웠거든요. 여러분도 혹시 르뱅 쿠키를 만들어보고 싶다면, 이 레시피를 참고해보세요. 아마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참고 레시피 1 : https://m.blog.naver.com/pablemo_on/222709955131

(제가 참고한 건 모온 님의 레시피인데, 이 분이 유튜버 진영 님의 레시피를 '에어프라이어' 버전으로 각색해서 베이킹했더라고요. 그래서 오븐으로 만드는 진영 님의 레시피도 같이 공유드립니다. 둘 다 소량 만들기에 적합한 재료 양이니, 참고해주세요.)


- 참고 레시피 2: https://www.youtube.com/channel/UChfxoByZrwg2Qu0pY_Qv9kA?embeds_euri=https%3A%2F%2Fm.blog.naver.com%2Fpablemo_on%2F222709955131&feature=emb_ch_name_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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