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김치 같은 시 활용법

by 아삼삼

시의 활용법각보다 무궁무진하다. 시인들이 각자 시를 잘 쓰기 위해 나름의 방식을 쓰듯이, 독자들도 시를 잘 읽기 위해 나름의 활용법을 쓸 수 있다. 마치 김치 하나로 밥공기 하나 뚝딱 해치울 수 있고, 김치볶음밥도 만들 수 있으며, 김치찌개와 김치찜을 만들 수 있는 것, 시는 잘만 활용하면 만능 김치가 될 수 있다. 이미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혹시나 나 혼자만 알고 있다면 아까울 것 같아서, 일상에서 시를 활용할 수 있는 양한 방법 중 몇 가지만 먼저 소개해본다.


첫 번째,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시간 보내기. 시집 자체가 보통 얇기 때문에 가방에 넣는 시집 한 권의 무게는 대개 애교 수준이다. 있는 듯 없는 듯한 그 무게감이, 애매하게 뜨는 시간을 부담 없게 보내기에 요긴하다. 소설이나 에세이에 비하면, 스토리 이해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아서 찰나의 순간에 작품에 몰입할 수 있다. 게다가 보다 행동이라고, 문학을 좋아하는 당신을 설명할 때 책 속의 시집 한 권만큼 강력한 표현은 없다. (혹은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당신을 포장하고 싶을 때도 이보다 강력한 사기는 없다!) 가볍게 읽다가 엉겁결에 '인생 시'를 난다면 뜻밖의 위로를 얻을 수 있는 덤이다.


번째, 더 느긋하고 더 아늑하게 쉬기. 시처럼 휴식과 잘 어울리는 장르는 많지 않다. 잠들기 전 침대에 드러눕거나, 반신욕을 할 때 시를 읽으면 똑같은 휴식 시간을 더 깊이 있게, 더 편안하게 보낼 수 있다. 시인이 조탁해낸 아름다운 시어들을 천천히 곱씹고 음미하다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탁했던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언어의 장인들이 한땀 한땀 수를 놓은 시어와 그 배열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은 아름다운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같다. 작품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연발하다보면, 복잡했던 내 마음 속엔 어느새 감동만 남아있고 스트레스는 저만치 날아 있다.


번째, 아름다운 우리말 감각 키우기. 앞서도 언급했지만 시인들은 언어의 장인들이다.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도 언어의 민감도가 훨씬 높은 이들이다. 그런 시인들이 작품마다 손수 찾아내서 고르고, 또 성스레 빚어낸 시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미적 가치가 높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엔 종이 사전을 촤르륵 펼쳐가면서 우리말을 배웠지만, 이제는 그 사전을 발견하는 게 더 힘든 시대가 됐다. 이렇게 빈 자리가 커진 종이 사전을 대신해, 시집이 아날로그형 우리말 배움의 최후 보루가 됐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눈에 되새기며 언어의 민감도를 높이고 싶다면, 종이로 된 시집을 손으로 잡고 펼보기를 권한다.


네 번째, 나만의 '인생 관점' 찾기. 당연한 이야기지만, 삶은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 수 있는 존재다. 얼핏 비슷한 삶을 살아도 보는 사람마다 다른 평을 내놓는 건 로 관점이 다른 영향이 다. 그러니 얼마나 잘 살아가느냐 만큼 중요한 것은 어떤 관점으로 삶을 보느냐인데, 시가 바로 그 관점을 찾아내는데 큰 도움을 준다. 보통 하나의 시집에도 여러 관점이 혼재돼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관점들을 따라가다보면 내가 어떤 관점을 희구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가령, 어떤 시를 읽다가 절로 공감이 되거나 '어떻게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 대단하다' 같은 마음이 들었다면 그 시는 내가 찾는 '인생 관점'의 실마리일 수 있다. 그런 시들을 하나씩 모아가다보면 결국 내 '인생 관점'이 어느 한 방향으로 수렴해가는 걸 알게 된다.


다섯 번째, '시화'로 만들거나 '표구'해서 나만의 작품으로 소장하기. 요즘은 웬만한 명화도 DIY로 자기가 직접 따라 그려 수 있는 시대다. 애당초 모범답안이라는 게 있을 수 없는 시화나 표구는 더 쉽게, 마음 내키는대로 시도해볼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이 직접 쓴 자작시가 됐든 아니면 유명 시인의 작품이 됐든 마음에 드는 시를 하나 고른다. 그 뒤, 그 시와 어울리는 종이 또는 그림 작품을 고른 후 그 위에 시를 쓰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다시 창조해낸 작품은 아주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서 책갈피처럼 쓸 수도 있고, 아니면 표구 형식으로 액자로 걸어둘 수도 있다. 나는 예전에 시화를 여럿 만들긴 했지만, 요즘에는 틈틈이 다이어리에다 마음에 드는 시구를 적어두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이것도 시를 가까이서 음미할 수 있는 좋은 활용법이다.


여섯 번째, 내가 전하고픈 말을 더 뜻 깊게 전하기. 시처럼 함축적으로, 멋지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오죽하면 누군가가 멋있는 말을 할 때 "와. 그 말 진짜 시적이다"라는 감탄사가 나올까. 그러니 누군가에게 꼭 전하고 싶은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면, 가까운 서점에 가서 여러 시집을 뒤적여보고 살펴보기를 추천드린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시집을 발견하면, 일단 최소 한 권은 구입하자. 시집에서 특정 시구를 찾아내서 편지에 옮겨적거나,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에 옮겨적어도 되고, 아니면 그 시집 자체를 상대에게 선물로 주는 것도 좋다. 는 간혹 정말 마음에 드는 시집을 발견하면, 나에게 주는 선물까지 포함해서 두 권을 사는 전혀 돈이 아깝지 않다. 오히려 토록 활용법이 무궁무진한데, 아름다운 시어를 참고한 저작권료 적게나마 지불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게다가 나의 작은 소비가 그 시인의 왕성한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나 역시 그의 다음 작품을 통해 인생의 여러 순간을 더 알차게 보 수 있을테니 이만한 가치 투자가 또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