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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삼삼 Mar 05. 2023

만능 김치 같은 시 활용법

 시의 활용법각보다 무궁무진하다. 시인들이 각자 시를 잘 쓰기 위해 나름의 방식을 쓰듯이, 독자들도 시를 잘 읽기 위해 나름의 활용법을 쓸 수 있다. 마치 김치 하나 밥공기 하나 뚝딱 해치울 수 있고, 김치볶음밥도 만들 수 있으며, 김치찌개와 김치찜 만들 수 있는 , 시는 잘만 활용하면 만능 김치가 될 수 있다. 이미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혹시나 나 혼자만 알고 있다면 아까울 것 같아서, 일상에서 시를 활용할 수 있는 양한 방법 중 몇 가지만 먼저 소개해본다. 


  번째,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시간 보내. 시집 자체가 보통 얇기 때문에 가방에 넣는 시집 한 권의 무게는 대개 애교 수준이다. 있는 듯 없는 듯한 그 무게감이, 애매하게 뜨는 시간을 부담 없 보내기에 요긴하다. 소설이나 에세이에 비하면, 스토리 이해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아서 찰나의 순간에 작품에 몰입할 수 있다. 게다가 보다 행동이라고, 문학을 좋아하는 당신을 설명할 때 책 속의 시집 한 권만큼 강력한 표현은 없다. (혹은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당신을 포장하고 싶을 때도 이보다 강력한 사기는 없다!) 가볍게 읽다가 엉겁결에 '인생 시'를 난다면 뜻밖의 위로를 얻을 수 있는  덤이다.  


 두 번째, 더 느긋하고 더 아늑하게 쉬기. 시처럼 휴식과 잘 어울리는 장르는 많지 않다. 잠들기 전 침대에 드러눕거나, 반신욕을 할 때 시를 읽으면 같은 휴식 시간더 깊이 있,  편안하게 보낼 수 있다. 시인이 조탁해낸 아름다운 시어들을 천천히 곱씹고 음미하다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탁했던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언어의 장인들이 한땀 한땀 수를 놓은 시어와 배열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은 아름다운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같다. 작품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연발하다보면, 복잡했던 내 마음 속엔 어느새 감동만 남아있고 스트레스저만치 날아 있다.


 세 번째, 아름다운 우리말 감각 키우기. 앞서도 언급했지만 시인들은 언어의 장인들이다.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도 언어의 민감도가 훨씬 높은 이들이다. 그런 시인들이 작품마다 손수 찾아내서 고르고, 성스레 빚어낸 시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미적 가치가 높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엔 종이 사전을 촤르륵 펼쳐가면서 우리말을 배웠지만, 이제는 전을 발견하는 게 더 힘든 시대가 됐다. 이렇게 빈 자리가 커진 종사전을 대신해, 시집이 아날로그형 우리말 배움의 최후 보루가 . 아름다운 우리말을 눈에 되새기며 언어의 민감도를 높이고 싶다면, 종이로 된 시집을 손으로 잡고 펼보기를 권한다.


 네 번째, 나만의 '인생 관점' 찾기.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 수 있는 존재다. 얼핏 비슷삶을 살아도 보는 사람마다 다른 평을 내놓는 관점이 다른 영향이 . 그러니 얼마나 잘 살아가느냐 만큼 중요한 것은 어떤 관점으로 삶을 보느냐인데, 시가 바로 그 관점을 찾아내는데 큰 도움을 준다. 보통 하나의 시집에도 여러 관점이 혼재돼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관점들을 따라가다보면 내가 어떤 관점을 희구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가령, 어떤 시를 읽다가 절로 공감이 되거나 '어떻게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 대단하다' 같은 마음이 들었다면 그 시는 내가 찾는 '인생 관점'의 실마리일 수 있다. 그런 시들을 하나씩 모아가다보면 결국 내 '인생 관점'이 어느 방향으로 수렴해가는 걸 알게 된다.


 다섯 번째, '시화'로 만들거나 '표구'해서 나만의 작품으로 소장하기. 요즘은 웬만한 명화도 DIY로 자기가 직접 따라 그려 수 있는 시대다. 애당초 모범답안이라는 게 있을 수 없는 시화나 표구는 더 쉽게, 마음 내키는대로 시도해볼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이 직접 쓴 자작시가 됐 아니면 유명 시인의 작품이 됐 마음에 드는 시를 하나 고른다. 그 뒤, 그 시와 어울리는 종이 또는 그림 작품을 고른 후 그 위에 시를 쓰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다시 창조해낸 작품은 아주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서 책갈피처럼 쓸 수도 있고, 아니면 표구 형식으로 액자로 걸어둘 수도 있다. 나는 예전에 시화를 여럿 만들긴 했지만, 요즘에는 틈틈이 다이어리에다 마음에 드는 시구를 적어두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것도 시를 가까이서 음미할 수 있는 좋은 활용법이다.


 여섯 번째, 내가 전하고픈 말을 더 뜻 깊게 전하기. 시처럼 함축적으로, 멋지게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오죽하면 누군가가 멋있는 말을 할 때 "와. 그 말 진짜 시적이다"라는 감탄사가 나올까. 그러니 누군가에게 꼭 전하고 싶은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면, 가까운 서점에 가서 여러 시집을 뒤적여보고 살펴보기를 추천드린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시집을 발견하면, 일단 최소 한 권은 구입하자.  시집에서 특정 시구를 찾아내서 편지에 옮겨적거나,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에 옮겨적어도 되고, 아니면 그 시집 자체를 상대에게 선물로 주는 것도 좋다. 간혹 정말 마음에 드는 시집을 발견하면, 나에게 주는 선물까지 포함해서 두 권을 사 전혀 돈이 아깝지 않다. 오히려 토록 활용법이 무궁무진한데, 아름다운 시어를 참고한 저작권료 적게나마 지불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게다가 나의 작은 소비가 그 시인의 왕성한 활동으로 이어 수 있다면, 나 역시 그의 다음 작품을 통해 인생의 여러 순간을 더 알차게 보 수 있을테니 이만한 가치 투자가 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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