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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삼삼 Mar 25. 2023

후쿠시마 오염수, 국제법상 못 막나?

 일본 정부가 올봄에서 여름 사이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일련의 처리 과정을 거쳐 방류할 거라고 발표했습니다. 약 130만 톤의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에 향후 수십 년간 계속 버려지는 거죠.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를 해양에 방출할 때의 농도 한도를 1리터당 6만 베크렐(㏃)로 정하고 있는데, 그 기준치의 40분의 1 미만으로 희석해 배출한다는 구상입니다. '알프스'라는 다핵종제거설비를 통해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고, 제거되지 않는 삼중수소 등은 희석한 뒤 버릴 것이므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연구된 결과는 어땠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오염수가 올봄 대량 방류되기 시작한다면 본격적으로는 4년 뒤, 이르면 2년 뒤부터 한국 바다에 도달하긴 하지만 삼중수소는 아주 작은 양만 오게 된다는 게 핵심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측이 매년 22조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담긴 오염수를 방류할 경우 2033년 제주 해역에 유입되는 삼중수소는 물 1㎥당 0.001 베크렐 정도가 되는데요. 이는 국내 해역 1㎥당 평균 삼중수소 농도인 172 베크렐에 비해서는 아주 미미한 양이라고 합니다. 이 연구가 사실이라면 안심할 수 있는 수치인 거죠.


 그렇다면, 이런 과학적 연구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한국에선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걸까요? 몇 가지만 꼽아본다면 이렇습니다. 첫째, 방사성 물질 자체는 극소량으로도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본 정부가 아무리 희석해서 방류한다고 해도 방사성 물질의 총량은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둘째, 특히 '알프스'로 걸지지 않는 삼중수소를 장기간 대규모로 방류할 때 해양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실 한국에서도 이미 삼중수소를 포함한 액체 폐기물을 방류하고 있습니다만, 일본처럼 다량으로 수십 년간 방출하는 것은 전고미문, 사상 초유 일이지요.


 셋째, 여러 연구 결과마저도 일본측이 제공한 정보가 옳다는 전제 하에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알프스'라는 필터링을 거치기 전과 후의 방사성 오염수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일본 정부가 공개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그 필터링을 모니터링하는 주체도 일본이고, 그 결과 자료를 제공하는 주체도 일본이기에 여러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연구 단계의 첫 단계부터 믿지 못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연구의 결론도 불신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죠.


 저는 찝찝하긴 하지만 일단 전문가들의 말을 신뢰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대신 언젠가 한국 정부가 늦게나마 방류를 중단시킬 수 있는 국제법적 대응 수단에는 뭐가 있는지를 관심있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금 현재로선 한국 정부가 제소를 할 의지가 없어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나중에라도 제소를 안할 게 분명하다고 단언하긴 어렵습니다. 당사국이 제소를 하느냐 안 하느냐 여부는 국가 전략이기 때문에 노출되는 순간 상대국에 패를 보여주는 셈이 되니까요.


 그래서 지금 정부의 외견상 스탠스와는 별개로 과연 한국 정부가 제소를 준비한다면,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깊이 들여다본 적이 있었는데요. 그 때의 자료를 토대로 정리해보겠습니다.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고 싶은 분들은 볼드체로 표시한 두꺼운 글씨만 읽으셔도 되니 참고해주시면 되겠습니다.


 1. '가처분 신청' 격의 잠정조치 노리기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오염수 문제를 두고 다툰다면 유엔해양법협약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라는 곳을 통하게 되는데요. 통상적으로 제소하는 당일이나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 '가처분 신청' 격의 잠정조치를 신청할 수 있게 됩니다. 잠정조치는 말 그대로 잠정조치, 즉 본안의 결정이 아니기 때문에 '급한 불을 끄는' 임시 방편입니다. 게다가 "당장 오염수 방류를 멈춰!"라고 나올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과거 영국과 아일랜드의 목스플랜트 사례나 싱가포르-말레이시아간 사례를 보면, 당사국 간 '협의'와 '정보 교류' 식의 애매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도 많거든요.


 그러나 당장 방류를 멈출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기대해볼 수 있는 것도 잠정조치밖에 없습니다. 재판부 판단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일단 희망적 사고를 돌려가며 대응해보는 수밖에 없는 거죠. 그리고 잠정조치라도 받아내기 위해서는, 오염수 방류가 현실적이고 급박한 위험임을 입증해내야 합니다. 입증 책임은 한국 정부에 있으니, 아주 꼼꼼하게 대비를 해야 하죠. 안 그러면 과거 가나와 코트디부아르 사례처럼 '반면교사' 사례의 전철을 밟을 수가 있습니다.


 가나와 코트디부아르는 서로 자국 수역이라고 주장하는 분쟁 수역을 두고 있었는데요. 이 수역에는 가나의 국내총생산 GDP의 10%에 해당하는 규모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었습니다. 이에 가나는 이 분쟁 수역에서 석유 시추활동 등을 했는데, 코트디부아르가 해양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라며 잠정조치를 요청했어요. 그렇지만 재판부는 심각한 피해 가능성에 대해 우려는 하지만, 급박한 위험을 초래한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못했다며 사실상 가나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단순히 해양 환경에 대한 심각한 피해 가능성뿐 아니라, 그게 얼마나 급박한 위험인지를 제대로 입증해내야 한다는 뜻이죠.


 그리고 잠정조치가 신청하는 즉시 바로 판단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재판부가 구성되는 건 빠르면 2~3개월 이내, 늦으면 5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습니다. 너무 늦는다 싶으면, 한국과 일본 두 정부가 잠정조치 요청 2주 뒤에,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조치를 요청하면 되는데 그 결과 통상적으로 한 두 달 뒤에 나옵니다.


 2. 핵심은 철저한 본안 준비 


 그렇다면 임시조치 격인 잠정조치가 아닌, 본안 조치는 어떨까요. 유엔해양법협약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의 본안 결정으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류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구속력 있는 결정이 나올 수 있을까요?


 일단 선례들만 놓고 보면,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은 희망적 사고에 가깝습니다. 그 이유는 국제 재판소에서 특정 국가에게 앞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판결을 수용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는 국제 의무의 위반이 있다는 것을 재판부가 선언하는 것만으로도 국제 재판소의 역할을 다 한다고 보는 게 지금까지의 국제 판례 관련 기본 입장입니다. 따라서, 유엔해양법협약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 재판부가 판단을 내린다면 '일본 정부의 방류 결정은 유엔해양법협약상 해양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어떤 규정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선언적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그렇다고 본안에 일말의 기대도 못 거느냐? 그건 아닙니다. 소송 전략을 잘 짜서 잘 대응한다면 '일본이 유엔해양법 협약의 몇 조를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릴 가능성 분명 있습니다. 그간의 판례들을 봤을 때 일본의 내각 결정을 취소하라는 결과까지 얻기는 쉽지 않을 지언정 해당 판단이 문제가 있긴 다는 판단을 얻어내는 건 기대해볼 만 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재판부가 일본의 해양법협약 위반을 선언한다면, 상식적인 국가들은 그 정도의 결과만 나와도 방류 중단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수 있는 부분이죠.


 선언적 판결이든 이행적 판결이든, 중재재판소의 결정은 비록 이행을 강제할 현실적 수단은 없지만, 그 결정 자체로 국제사회에서 강력한 의미를 갖습니다. 만약 재판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일본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규정한다면, 세계 여론은 일본의 행동을 계속 주시하며 국제 환경법이나 유엔해양법 협약과 합치되는 방식으로 정책을 정하도록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과정에서의 의미나 효과도 과소평가할 수 없죠.


 그럼 본안 절차에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요. 물론 분쟁 당사국이 합의한다면 일부 과정을 뛰어넘을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는 제소에서부터 본안 결과가 나오기까지 대략 4년 정도 소요된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 기나긴 본싸움을 시작하기에 앞서 잠정조치를 요청할 그 시점에 이미 '완벽한 소장'을 낼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3. 판결 이후 '외교적 협의'도 필수


 사실 어떤 판결이 나오든, 그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겠죠. 결국 당사국들이 어떻게 판결을 이행할지는 외교적으로 협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외교적 협상 공간에서 실제 일본 정부의 구체적인 판결 이행 방법이 결정될 수 있다는 뜻이죠.


 실제로 국제사법재판소의 판단을 무시하려던 특정 국가를, 국제사회가 '외교적 협의'를 통해 압박할 수 있었던 사례도 있습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지난 2019년 2월 영국이 차고스 제도를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모리셔스에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당시 영국은 '차고스 제도가 여전히 영국령이며 국제사법재판소의 판단은 권고적 의견에 불과하므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그럼에도 유엔 총회는 이 같은 국제사법재판소의 의견을 존중해 3개월이 지난 뒤인 2019년 5월 영국이 차고스 제도 통치권을 6개월 내에 모리셔스에 넘겨줘야 한다는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2021년에도 유엔은 지도에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 영토로 표시했죠. 물론 영국이 여전히 차고스 제도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문제입니다만, 공식석상에서 자신들의 정당성을 관철시키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지요.


 유엔해양법협약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에서 일단 판결을 내리면, 추가적인 항소심이나 절차를 따로 진행할 수 없습니다. 설령, 한국 정부가 한국의 입지를 좁히는 '패소' 결론을 얻는다고 해도 이를 번복할 수가 없다는 뜻이죠.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실제 국제법상 대응에 나서게 된다면, 본안 제소 준비와 잠정조치 대응은 물론 외교적 이행 단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의 대비를 반드시 철저히 해야 할 것입니다.



* 사진 참고 : 후쿠시마 원전 안에 설치된 오염수 탱크.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3/3/13 기사에 인용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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