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 년간 국제뉴스의 헤드라인을 가장 많이 장식한 뉴스 중 하나가 바로 '남중국해 문제'입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힘겨루기 양상이 해가 갈수록 점점 격화하고 있는데요. 미 하원의장이었던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전후로 극에 달했던 갈등 양상은 지금까지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은 최근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사흘간 전개하며 대만을 위협했고, 미국은 이를 겨냥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 함께 '맞불 훈련'을 벌였습니다. 이에 중국은 외교부장(외교부 장관)을 필리핀에 급파하며 또다시 견제에 나섰습니다. 얼핏 보면 우리와 상관 없어보이는 곳에서 벌어지는 두 나라간 다툼 같은데, 우리는 왜 이 뉴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제가 찾은가장 최신 자료는 해군 전력분석시험평가단 최종환 중령의 지난해 11월 자료인데요. 저는 이 자료를 인용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허재철 부연구위원의 연구 결과를 재인용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대만해협 또는 그 부근을 통과하는 해상교통로는 우리나라 해상 운송량의 33.27%를 차지하는데, 이 해상교통로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어마어마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아래 표를 함께 보실까요?
앞서 말씀드렸듯 이 표는 허재철 부연구위원이 최종환 해군 전력분석시험평가단 중령의 자료를 토대로 재구성한 자료인데요. 대만해협 해상교통로가 막혔을 때 단 하루에 발생하는 한국 경제의 예상 피해 규모가 품목별로 적혀있습니다. 원유와 석탄, 가스는 하루에 3,262억 원 손해를 보고, 화학 제품은 515억 원, 청강과 금속제품은 286억 원, 운송장비는 295억 원 손해를 입습니다. 그래서 하루치 예상 손실 규모는 무려 4,452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중동, 아프리카(2,846억 원)와 동남, 서남아시아(973억 원), 유럽(632억 원)보다도 예상 피해 규모가 훨씬 큽니다.
허재철 부연구위원이 대만해협 유사시를 상정한 전쟁 시나리오에 따르면, 짧게는 7일에서 길게는 70일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순수 전투 기간만 하더라도 최대 31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다른 자원과 제품, 항공교통로 등까지 포함해서 분석한다면, 예상되는 경제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겠죠. 한국 정부의 대응에 따라, 중국이 과거 사드 사태때처럼 '한한령'과 같은 경제적 제재를 통해, 한국에 불리한 환경을 조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안보적 측면에서도 남중국해 문제를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만해협에서 미중이 군사적으로 충돌한다면, 그 여파가 한반도의 안보 불안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중국은 서해 바다를 중국의 내해로 만들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를 더 확장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한국은 미국과 동맹 관계이기 때문에, 한국으로선 대만과 동남아 국가들을 지원할 미국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밖에 없는데요. 이를 아는 중국이 한국을 향해 보복성 대응에 나설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우리에겐 북한 변수도 있습니다. 북한으로선 중국을 지지하며 각종 군사적 지원에 나설 수 있는데, 그렇게 가다가는 한반도 경색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자칫 군사적 도발로까지 이어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겠죠.
물론 시시각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과는 달리, 미중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미국의 정치학자인 테일러 프레이블이 그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역설적으로 중국이 힘을 사용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중국 해군의 지위는 해가 지날수록 강화되긴 하지만, 중국의 목적이 전쟁이 아니라, 지정학적 힘과 권위를 강화시켜줄 역학관계의 변화라고 본 것입니다. 그의 분석이 사실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확실한 것은, 남중국해가 당장 내일 사태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일촉즉발의 화약고가 됐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그 화약고 바로 옆에 있는 우리로서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현안이 아닐 수 없겠죠.
<친절한 외교> 다음 글에선,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라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 그 현상과 근본 원인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음 글에서 뵐게요.
※ 참고 : 허재철, 「미중 전략경쟁 시기의 대만 문제와 한국의 경제안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3.4.
해군 전력분석시험평가단 최정환 중령(전투실험과장), 전문가 간담회 자료, 2022. 11. 29, 계룡대.
※ 대문 사진 참고 : 니미츠 항공모함타격단(NIMCSG), 마킨아일랜드상륙준비전단(MKI ARG)과 여기에 승선한 제13 해병원정대(MEU) 부대가 지난 11일 남중국해에서 통합 원정타격군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23.2.13 [미 7함대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