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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삼삼 Apr 27. 2023

아시아의 최대 화약고는 OOOO다

feat. 미중 갈등

 아시아 최대 화약고는 어디일까요?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곳이 거론될 수 있겠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손에 꼽는 곳 중 하나 바로 남중국해입니다. 이 곳에선 동남아 각국의 영유권 분쟁과 미중 패권 경쟁까지 첨예하게 맞물려 있. 우선 국은 남중국해 거의 전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해당 지역의 군사화를 추진하고 습니다. 이 때문에 오랜 기간 베트남과 필리핀 등 인근 국가과 갈등을 빚고 있. 그리고 미국은 중국의 과도한 영유권 주장이 국제법에 어긋나는 억지 주장일 뿐 아니라 동맹국, 우방국들게도 위협이 되고 있다며 군사 작전을 펼치는 방식으로 맞불을 놓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점점 더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분량이 길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으실 수 있도록 Q and A 형식으로 정리해볼게요.

 

 ■ 남중국해는 어디인가?


남중국해(South China Sea)는 북쪽인 중국 본토 아래를 기준으로 동쪽으로는 필리핀, 서쪽으로는 베트남, 그리고 남쪽으로는 브루나이와 말레이시아로 둘러싸여 있는 반폐쇄적인 해역입니다. 아래의 이미지를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남중국해의 주요 군도 표기. 한겨레 기사 '중국 “남중국해 군사화 당연” 공식화…미-중 싱가포르서 입씨름' 2018/6/3 참고.


 ■ 남중국해 분쟁이 시작된 계기는?


 사실 이 분쟁의 실마리를 제공한 건, 1951년 제2차 세계대전을 마무리하는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체결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하지만, 이 내용까지 담으려면 너무 이야기가 길어져서 다음에 따로 다루도록 할게요. 하하...)


 사실 분쟁이 본격화된 계기는 유엔의 한 보고서가 공개된 게 시작이었습니다.  보고서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어요. '전세계 어업량의 10%를 차지하는 풍부한 어족 자원과 약 280~300억 톤의 원유, 그리고 다량의 천연가스가 남중국해에 매장된 걸로 추정된다.' 바로 이런 내용의 보고서 발표 되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남중국해에 집중 됐습니다. 그 보고서의 이름은 1968년 발표된 'UN 아시아 극동경제위원회(UN Economic Commission for Asia and the Far East : ECAFE) 보고서'였는데요. 남중국해 인근 국가들이 이 보고서를 접하면서 본격적으로 쟁이 시작됐다는 게 여러 학자들의 견해입니다.

  

 ■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한 각국의 입장은?


 남중국해에서는 크게 스프래틀리 군도, 파라셀 군도 그리고 스카보러 섬을 둘러싼 영유권 분쟁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위의 이미지 참고) 각국이 서로 특정 해역에 대해서 자신들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 해역들이 서로 상충하면서 분쟁으로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특히 중국이 주장하는 영유권의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에, 사실상 중국 vs. 다수 국가간의 분쟁, 그리고 중국 vs. 미국의 갈등으로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1) 중국  


 중국은 이른바 '9단선(nine-dash line)'의 이름으로 남중국해 거의 전해역에 대해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9단선이란, 소의 혓바닥처럼 생긴 거대한 고리 모양인데요. 소의 혀처럼 생겼다고 해서 '우설선'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U자로 생겨서 'U형선'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통상적으로는 9개로 연결된 선이라 해서 '9단선'으로 불립니다.


 중국은 이 9단선을 지도에다 쭉 그어놓고 중국의 하이난섬에서 남쪽으로 1,200마일(1,930km)이나 떨어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인근의 섬들까지, 남중국해 거의 전체를 포함하는 해역이 자국의 해역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제1, 2도련선이라는 것을 주장하면서 남·동중국해와 서해를 내해로 만들려는 군사외교 전략도 취하고 있어요. 그 결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이죠.

 

 10년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2012년 당시 중국은 오랫동안 필리핀 관할권 아래 있었던 스카보로 섬을 미국이 필리핀에서 철수한 상태에서 무력으로 장악해서 중국의 영토로 확보했습니다. 이에 필리핀은 헤이그에 있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에 제소해서 억울함을 호소했지요. 그 후 2016년 7월 12일 재판소는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소는 중국이 주장하는 9단선과 각종 섬들에 대한 영유권 주장은 역사적 근거가 없으며, 국제법적으로 불법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내려진, 필리핀의 완승, 중국의 완패였죠.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그 판결이 내려진 바로 다음 날, 중국 해군에 전투태세를 준비하라는 명령을 하달했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지금까지도 해당 해역은 자신들의 것이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요. 중국이 사실상 재판소의 판단 중재를 무시한 것이지요.  


 중국의 영유권 주장은 단순히 말에만 그친 게 아니었습니다. 그 주장을 군사적 행동으로 옮겼어요. 중국은 남중국해의 주요 암초들에 대해 인공도서 매립을 진행하면서, 장거리 폭격기와 미사일을 배치하는 남중국해의 군사화를 진행습니다. 이미 7개의 섬과 암초에 헬기 착륙장과 군사 시설물을 건설했고요. 1990년대에 필리핀 해군기지 코앞에서 점령한 미스치프 암초에 중국은 순수 군사 목적으로만 사용될 3층짜리 건물과 팔각형 콘크리트 구조물 5개도 세웠습니다. 존슨 암초에는 고성능 기관총을 배치한 건축물도 세워뒀니다. 그리고 지난 2021년 9월 1일부터는 자국이 설정한 영해에 진입하는 외국 선박에 대한 신고도 의무화했습니다. 기들 해역이니, 앞으로 들어오려거든 신고를 하란 얘기지요. 물론 미국과 인접국들은 '중국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이를 무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 베트남, 타이완(대만) 등 그 외 국가


 중국뿐만 아니라 베트남과 타이완도 스프래틀리 군도 전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브루나이도 그 일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브루나이는 스프래틀리 군도의 남쪽 암초에 대한 영유권을, 말레이시아는 그 군도의 세 개 섬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어요. 필리핀도 스프래틀리 군도의 여덟 개 섬과 함께 남중국해의 상당 부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스프래틀리 군도의 스물 한 개 섬을 점령해 그 위에 활주로와 부두, 막사, 저장 창고, 포병 진지를 구축해놓았습니다. 그리고 스프래틀리 군도뿐 아니라 파라셀 군도의 영유권도 주장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또 말레이시아와 함께 동남아 대륙과 보르네오섬의 말레이시아 영토 사이에 있는 남중국해의 남쪽 부분의 모든 해저 자원과 지하 자원을 나눠 가질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타이완은 스프래틀리 군도의 이투아바섬을 장악해 그 위에 수십 동의 군사용 건축물을 세우고, 수백 명의 부대와 20문의 해안포로 방어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베트남은 중국이 역사적으로 스프래틀리 군도와 파라셀 군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반박하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 문제를 연구해온 로버트 캐플런은 저서 <지리대전>에서, 베트남 외교 당국자가 중국의 주장을 반박하는 발언을 전했습니다. 그 발언의 요지는 크게 3가지입니다. 우선 명나라 황제들이 15세기에 일시적으로 베트남을 점령했을 때, 정작 파라셀 군도와 스프래틀리 군도는 점령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만약 그 섬들이 중국 것이었다면, 20세기 초반 청나라 황제들의 지도가 두 군도를 표기하지 않을리가 없을 텐데, 지도에는 전혀 표기가 돼있지 않았다는 점. 마지막으로 1933년 프랑스가 파라셀과 스프래틀리로 군대를 보낸 건 그 섬들이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의 일부였기 때문인데 그 말인 즉슨 이제는 베트남의 영토임을 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3가지가 베트남 당국이 중국의 주장에 반박하는 근거들이라고 볼 수 있는 것들이죠.


 3) 미국


 미국은 일단 중국의 주장을 국제법에 어긋난 '과도한 해양관할권 주장'으로 여기고,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항의의 표시로 각종 군함을 동원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고 있요. 즉, 미국은 중국이 주장하는 구단선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 누구의 영해도 아닌 공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수호하겠다'는 명목으로 작전을 수행 중인 것입니다. 물론, 실제로는 중국의 패권 확장을 저지하기 위한 전략적 목표가 크게 작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만, 이 부분은 나중에 미중 경쟁과 관련한 글에서 따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 남중국해의 중요성은?


 앞서 살짝 살펴봤지만, 남중국해가 가진 지리적, 경제적 중요성은 매우 큽니다. 단, 남중국해를 둘러싼 주변국가들에서 연안 100마일(약 200km) 이내 거주하는 인구약 5억 명이 넘는데요. 이는 전 세계 인구의 거의 10분의 1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따라서 중국으로선 남중국해 영유권을 가진다는 것이, 주변의 에너지수산업 자원을 가지는 것뿐만 아니라 무역의 중심에 선다는 것과 같은 뜻이 됩니다.


  남중국해의 주요 요충지에서는 매년 화물 적재 상선의 50% 이상, 전 세계 해상 교통의 3분의 1이 통과하고 있는데요. 인도양으로부터 말라카 해협과 남중국해를 경유해서 동아시아로 수송되는 석유가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것보다는 3배, 파나마 해협을 경유하는 것보다는 15배가 많은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략 한국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3분의 2가, 일본과 타이완은 60퍼센트 정도가 남중국해를 통해 공급되는 걸로 파악됩니다. (또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해양 물류의 약 25%와 원유 수송량의 70% 이상 등 한 해 3조 4,000억불(약 3,782억조원)의 상품이 남중국해를 지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의 원유 수입량의 90%가 이 해역을 통과한다고 집계돼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물론이고요. 중국에도 남중국해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중국의 연간 석유수입량의 무려 80%가 이 곳을 통과하거든요. 루트는 인도양-말라카해협-남중국해-동중국해인데, 공교롭게도 인도양은 인도가, 말라카 해협은 싱가포르의 적극적인 협조하에 미 해군이 장악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즉, 중국으로선 에너지 수송 문제만 놓고 봐도 영유권 분쟁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친절한 외교> 다음 글에서는 미중 패권 경쟁과 관련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뵐게요.



 


* 참고 : 저자 로버트 캐플런, 번역 김용민 최난경, 「지리대전」, 출판 글항아리.

김성환, 「미중 패권경쟁과 한국의 대응전략에 관한 연구 : 해양 안보를 중심으로」, 2023.
이서항, "위기 지속과 평화정착 시작의 병행?",『KIMS Periscope』 제145호(2019.1.1.).

 


* 대문 사진 : 중국이 전투기와 전함을 동원해 대만을 포위하는 군사훈련에 들어간 지 이틀째였던 4월 9일(현지시간) 대만 수륙양용정찰순찰대 소속 군함 3척이 중국 푸젠성 해안과 가까운 자국의 최전선 마쭈열도를 순찰하는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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