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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삼삼 May 11. 2023

미국과 중국이 사활을 거는 이것

feat.OO 패권

 1년 전, 평택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뜻밖의 외국인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었습니다. 대통령 당선 후 첫 동아시아 순방 행선지로 한국을, 그것도 첫 방문 장소를 한국의 삼성 공장을 택한 것이었는데요. 미국 대통령이 일본이 아닌 한국을 먼저 찾은 것도 이례적이었지만, 가장 먼저 한국의 산업시설부터 둘러본  처음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의 이례적 동선은 그 자체 하나의 큰 메시지였습니다. 미국이 중국의 기술 굴기를 막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과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죠.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과 (글로벌 공급망을) 함께해야 한다"며 중국을 겨냥한 작심 발언도 했습니다. 사실상 중국에겐 '우리는 우리끼리 공급망 잘 구축할테니 너희는 한국에 신경 꺼'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2022.5. 연합뉴스 사진.


 이상징적인 대사와 장면이 나오기까지,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꽤 오래 전부터 크고 작은 갈등이 이어져 왔습니다. 미국은 2010년을 전후한 시점부터 중국이 툭하면 해킹을 하고 핵심 기술을 갈취하는 등 미국 기업의 정당한 이익 추구 활동에 어깃장을 놓는다고 여겨왔습니다. 게다가 이런 행위는 단순히 기업의 이익뿐 아니라 국익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문제 인식으로 이어졌죠. 일련의 사건에 켜켜이 쌓여온 불만은, 대선 당시 '중국 때리기'의 효과를 톡톡히 본 트럼프 후보가 실제 대통령이 되면서, 대중 견제 정책으로 제도화됐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기업들이 첨단기술 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할 수 없도록 절차를 매우 까다롭게 만들었습니다.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화웨이의 통신 인프라를 금지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미국산 컴퓨터 칩이나 미국 기술을 탑재한 컴퓨터칩을 화웨이로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틱톡 등 중국앱을 미국인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린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더 나아가, 반도체와 배터리, 핵심 광물, 의약품 등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취했습니다.

 

  사실 이런 미국의 조치는 중국이 '국가 반도체 산업 발전 촉진 강요', '중국제조 2025'와 같은, 반도체 산업에 대대적 투자에 나선 데 따른 대응이기도 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중국의 발전세를 주춤하게 만드는데는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을 2020년 40%, 2025년 70%까지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2020년 자급률은 15.7% 수준에 그쳤습니다. 반도체 부흥의 상징이던 칭화유니그룹은 파산을 신청했고, 화웨이는 고성능 칩 조달을 하지 못해서 스마트폰 사업부를 매각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왜 미국과 중국은 기술 발전, 특히 4차혁명의 핵심 기술에 사활을 건 것일까요? 미국은 왜 중국의 기술 굴기를 어떻게든 막으려하고, 중국은 왜 미국의 방해에도 계속해서 끈질기게 기술 발전을 거듭하려는 것일까요? 그것은 4차혁명을 대표하는 5G,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슈퍼컴퓨터 등이 모두 민간과 군에 공통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기술 패권을 쥐게 된다는 것은 군사력과 전쟁 억지력을 동시에 쥐는 것이나 다름 없기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더욱 배타적이고 공세적인 특징을 띨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기술 패권을 놓치면, 국가 안보까지 위협을 받게 됐으니까요.  

 

 그렇다면, 두 나라의 기술 역량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미국의 하버드대와 중국의 베이징대는 지난해 각각 흥미로운 보고서를 내놓았는데요. 그 보고서들엔 모두 자국 행정부에 위기감을 일으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우선, 하버드대 벨퍼센터는 5G는 중국이 앞선 것으로, 인공지능은 거의 동급의 경쟁자로 평가했습니다. 양자기술 전반과 바이오테크는 미국이 우위에 있지만, 반도체 산업에선 중국이 반도체 제작과 칩 설계에선 미국에 근접했다고 봤습니다.


 반면,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원은 중국이 주로 통신기술과 항만·기계, 철도·교통 분야에서 미국을 앞설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바이오 기술 · 정밀화학 · 산업용 소프트웨어 · 반도체 제조 ·의료 장비 ·민간 항공 엔진 등 분야에선 격차가 큰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즉 미국 하버드대는 중국의 약진을, 중국 베이징대는 미국의 우위를 강조한 것이었죠. 서로가 상대의 경쟁국이 더 우위에 있으니, 자국 행정부에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셈이었습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변화 속에, 미중 패권 경쟁은 기술 경쟁으로까지 심화되고 있는데요. 지정학적으로나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두 나라와 가까운 한국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 책에서는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한미 관계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 참고 : 박현, 『기술의 충돌』, 서해문집, 2022.9.2.

윤혜령,「4차 산업혁명시대 미중 기술패권 경쟁: 5G 기술과 플랫폼을 둘러싼 네트워크 전쟁을 중심으로」, 국립통일교육원, 『국제학논총』, 2021.


※ 대문 사진 참고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한 기념으로 사인한,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 세계 최초 3나노 반도체 시제품. 2022.5.20.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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