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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삼삼 May 08. 2023

중국은 미국에 얼마나 큰 위협일까

미중 패권 경쟁

 중국과 미국의 경쟁은 어떤 결과로 귀결될까요?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그 복잡하고 많은 의견들을 아주 단순하게 3가지로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아요. 첫째, 미국은 몰락할 것이고, 중국은 부상할 것이다. 둘째, 미국은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승승장구할 것이고, 중국은 더디게 발전할 것이다. 셋째, 미국과 중국 모두 사실상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사실 이 세 가지 중에서 어떤 것이 진짜 현실로 다가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다가올 미래가 무엇이든지 간에 미중 간 패권 경쟁은 이미 현재 진행 중이란 사실이죠.  


 그렇다면, 미중 패권 경쟁은 언제 시작됐을까요? 이건 중국이 언제부터 미국에 '위협'이 되었다고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는데요. 일단 1990년대와 2000년대는 미중 간에 비교적 평화로웠던 때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물밑에선 서로 견제를 늦추지 않았지만, 적어도 서로의 해법을 맞불 공격 제도로 꺼내든다거나 공식석상에서까지 얼굴 붉히게 만들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눈에 보이는 긴장감이 높아지기 시작한 건 2010년을 전후한 무렵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라든지 첨단 기술 해킹 등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선언하고 아시아에 행정적, 군사적 역량을 투입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보더라도 미중 간 갈등이 격화된 게 시기는 최근 수 년이었습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갈등 포화가 집중적으로 포착됐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7년 <미국 국가안보전략백서>가 처음으로 중국을 수정주의 국가 (revisionist power)의 하나이자 패권 경쟁 국가(peer competitor)로 명시한 게 그 중 하나입니다. 이 일은 미국이 중국을 '위협 대상'으로 공식화한 사건이었죠.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아예 대놓고 중국공산당을 "우리 시대의 중심 위협"이라고 말했는데요. 이것은 비단 트럼프 행정부 차원의 생각만이 아니었습니다. 현 바이든 행정부의 국무 장관을 맡고 있는 블링컨 역시 "중국이 세계의 다른 어떤 국가보다도 미국에게 중대한 위협이 됨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고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도 트럼프 행정부때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즉, 공화당, 민주당 할 것 없이 미국은 중국을 패권 경쟁 대상이자 위협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중국은 미국에 얼마나 큰 위협일까요? 그걸 알기 위해선, 중국과 미국의 국력, 즉 각국의 힘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비교해봐야 하는데요. 기본적으로 지리적 여건과 인구, 기술, 경제, 군사력과 같은 국력의 구성 요소들을 비교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번 글에선 기술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개괄적으로 살펴볼게요.


■ 중국의 지리적 여건


 일단 지리적 여건부터 볼까요. 미국과 중국은 넓이가 거의 비슷한 나라입니다. 양국 영토의 넓이는 미국은 9,826,675㎢, 중국은 약 9,596,961㎢로 각각 세계 3위와 4위의 영토 대국입니다. 영토의 규모는 거의 비슷해보이지만, 성질은 완전히 다르죠. 미국은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인간이 거주하기에 적합한 땅이 많은 나라입니다. 그리고 세계 최대 농산물 생산국이자 수출국입니다.


 게다가 미국의 물길은 세계 나머지 물길들을 모두 합한 것보다 길기 때문에 국내 운송비가 적게 듭니다. 친환경 에너지든 화석연료든 전기 공급도 미국에선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조셉 나이 교수의 말대로, 미국은 200년 쓸 수 있는 석유와 100년 쓸 수 있는 천연가스를 확보하고 있으니, 사실 다른 국제문제에 열심히 개입하지 않고도 충분히 자급자족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죠.  


 하지만, 중국은 다릅니다. 영토의 규모는 미국과 비슷하지만, 국경선의 길이가 22,117㎞로 미국(12,034㎞)보다 약 2배 가까이 더 깁니다. 그 말인 즉슨, 중국은 미국보다 국경을 신경써야 하는데 적어도 두 배 만큼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미죠. 게다가 미국은 사막과 산악지대, 그리고 동쪽의 대서양, 서쪽의 태평양 덕분에 외부로부터의 침략을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중국은 사정이 다릅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들과 국경을 접하고 있죠. 14개 국가와 육지로 연결돼있고,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무려 19개 국가와 국경을 접하고 있습니다.


■ 중국의 인구


 일단 지리적 여건만 봐도 그런데, 인구 전망을 살펴보면 중국은 더욱 초조한 상황입니다. 중국은 이미 20년 전부터 인구 구조에 있어서 실상 시한부 판정을 받았습니다. (물론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쿨럭...)1990년대 초반에 이미 출생률이 인구 대체 수준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출생률. 보통은 2.1%) 이하로 떨어졌으며, 노동 가능 인구는 2015년에 정점을 찍은 뒤 점차 줄어들고 있거든요. 그리고 피터 자이한에 따르면 최상의 경우를 가정해본다고 해도, 2070년 중국 인구는 2020년 인구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게 됩니다.


 물론 미국에서도 밀레니얼 세대의 출산율이 미국 역사상 최저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필요한 노동력을 메우게 된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정착민들의 후예가 일궈온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인'에 대한 정의가 느슨한 것, 즉 새로 유입되는 이민자들을 쉽게 흡수시킬 수 있는 문화도 이 문제의 완충제 역할을 해주죠.

    

■ 중국의 경제


 중국은 2050년까지 경제, 군사 등에서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경제 분야를 먼저 살펴볼까요.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개혁개방 초기인 1980년에 2%에 불과했는데, 2020년에는 17%까지 치고 올라왔습니다. 게다가 미국 국가정보위원회는 중국이 204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국이 전 세계 GDP의 22.8%를 차지하면서, 20.8%를 차지하는 미국보다 조금 더 큰 규모의 경제를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사실은 중국의 성장 속도가 점차 느려지고 있는데 반해, 미국의 전세계 경제 비중은 여전히 기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은 작년에는 5.5% 안팎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과 러·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3.0% 성장에 그치며 목표 달성에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1980년대 세계 경제의 25% 수준이던 비중을 금융위기 직후 23%까지 떨어뜨리기도 했지만 2020년에 다시 회복시켰습니다. 여러 쇠퇴론에도 불구하고 지난 40년간 미국 경제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몫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중국의 군사력


 이번엔 군사 분야입니다. 일단, 군사적으로는 미국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긴 합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으로 미국의 군비 지출은 8,010억 달러로 세계 전체 군비의 38%를 차지했습니다. 이 액수는 2~11위 국가의 군비 총액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2위인 중국은 2,930억 달러 (14%)였습니다.


 한 예로, 중국이 미국 본토를 건드리려면, 미국 해군부터 물리쳐야 하는데 미국 해군은 세계의 나머지 해군력을 모두 합한 것보다 10배 강합니다. 게다가 미국은 핵보유국으로, 핵을 수천 기 보유하고 있죠. (중국도 핵을 보유했지만, 미국의 핵 규모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 국무부는 2020년 의회에 제출한 <중국 군사 안보 현황> 보고서에서 중국의 육상 배치 대륙 간 탄도미사일에 장착된 핵탄두의 수가 2025년까지 200기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 문제를 연구해온 학자 오리아나 스카일라 마스트로에 따르면, 중국은 재래식 무기로는 미국을 공격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대신, 사이버전이나 우주전, 핵무기 등 비재래적 수단 또는 정치 개입과 첩보 활동으로 위협을 가할 수 있죠. 그리고 미국 본토 공격은 어렵지만, 해외의 미군 기지와 미국의 동맹국, 우방국에 대해선 재래식 공격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를 비롯한 중국의 주 관심 지역에선 중국이 군사력을 급격히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군사적 분쟁의 위험이, 미국 본토가 아니더라도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최근 10년간 추세를 보면 중국의 추격은 꽤 무섭습니다. 2012~2021년 미국의 군비지출 증가율은 -6%를 기록한 반면에 중국은 72%에 달했거든요.


 경제 문제가 됐든, 군사 문제가 됐든, 중국이 미국에 위협적인 존재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서 보셨듯이 각 분야별로 조금씩만 살펴보더라도, 중국이 미국을 단번에 압도할 수 있을 만큼 미국이 만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도 사실입니다. 중국으로선 미국을 압도하기 위해 자국이 직면한 인구구조 붕괴의 문제, 지리적 한계와 그로 인한 곳곳의 외교적 분쟁(대만 통합과 남중국해 문제 등)까지 일련의 복잡한 난제를 해결해낼 수 있어야 하는데,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으니까요.

 

 다음 글에선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기술 경쟁에 대해서 다뤄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참고 : 『하버드대학 미중 특강』, 저자 마리아 에이들 캐러이, 제니퍼 루돌프, 마이클 스조니, 번역 함규진, 미래의창, 2023/5/3.

『미중 패권 경쟁과 한국의 전략』, 저자 이춘근, 출판 김앤김북스, 2016/5.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 저자 피터 자이한, 번역 홍지수, 김앤김북스, 2023/1/19.

『기술의 충돌』, 저자 박현, 서해문집, 2022/9/2.

   


※ 대문 사진 참고 :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미중 정상. 2018.12.16 [AP =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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