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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Oct 17. 2023

교포 친구와 스타벅스 별쿠폰

대학원 동기인 친구에게 스타벅스 별쿠폰(12잔 마시면 무료 음료 쿠폰 1장이 생김)을 종종 보내곤 했다. 그 친구는 내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솔직한 감정표현과 생생하게 전하는 말솜씨는 늘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었었다.


그녀는 영어 단어도 평범하게 외우지 않았다. 늘 특별한 이야기나 상황을 연상하며 외우곤 했었는데, 그녀와 영어 단어 스터디를 할 때도 늘 박장대소하곤 했었다. 하루는 내가 "(기름기가 있거나 부드러운 물질을) 마구 바르다[문지르다]<네이버 사전>"라는 뜻을 말하고 이 단어(smear [smɪr])가 무엇인지 묻자, 그녀는 다급하게 "언니 잠깐만!!!"을 외쳤다. "언니!!! 얘 이름이 기억이 안 나... 잠깐만 기다려줘..."라고 덧붙이며. '누구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거지?'생각하는데 갑자기 그 친구가 "수미야!!!"하고 소리쳤다. 곧바로 정답 "스미어(smear)"를 답하며, "언니, 내가 수미야! 얼굴에 뭐 묻었어!라고 외웠거든"이라고 해서 크게 웃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쿠폰을 보내곤 하던 당시에 그 친구는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슬퍼하고 있었다. 몇 달 동안 모든 연락을 끊고 집에서만 지내기까지 했다. (지금은 다행히 잘 지내고 있다.) 아무리 공짜 쿠폰이라도 날리는 걸 싫어하는 그 친구의 성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유효 기간이 짧은(1달) 쿠폰을 보내 외출할 기회를 만들길 바랐다. 


그녀가 칩거생활에서 벗어나 나와 만난 날, 쿠폰 사용기를 들려주었다. 쿠폰 유효 기간이 끝나기 직전에, 오랜만에 집을 나섰다는 그 친구는 어지럽고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스타벅스에 도착해 주문하려는데, 직원의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하기까지 했다. 


그 순간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다시 설명해 달라 해야 하는 직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순간 핑계를 대었다. "제가 한국에 오랜만이라서요." 마치 교포여서 한국어를 잘 못하는 듯 반응한 것. 실제로 어릴 적 외국에서 살았던 그녀는 더듬거리는 한국어로 떨리는 주문을 마쳤다고 했다. 


그 이야기도 너무 재밌어 크게 웃었지만, 그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주는 그녀의 모습에서 긴 터널을 벗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그날은 그 친구가 다시 웃음을 찾고 열정을 되찾은 걸 느낄 수 있어 마음이 놓이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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