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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Oct 28. 2023

스테이크 맛이 이상한데?

But she's enjoying it!

친구 둘이 이번 추석 때 뉴욕여행을 떠났다. 정말 다사다난했던 여행인데(고속도로 화재부터 뉴욕 홍수까지...), 그중 한 친구의 생일 선물 겸 유명한 스테이크집을 찾았다고 한다. 뉴욕의 살인적인 물가에 팁까지 더 하면 상당한 가격이었던 듯하다. 친구들은 워낙 어드벤처 같았던 여행이었던지라 근사한 식당에서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으며 위안받고 싶었다.


친구 A는 핏물이 많이 보이는 미디엄 레어로, 친구 B는 바싹 익힌 미디엄 웰던으로 주문했다. 이런저런 사이드도 선택하고 음료도 주문하고 스테이크를 기대하고 있었다.


마침대 스테이크가 나왔고 둘은 신나게 먹기 시작했다. 친구 B는 맛있게 먹기 시작한 반면, A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기대한 맛이 아니었던 것. 한두 푼도 아닌데...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직원을 불렀다. 직원에게 스테이크가 조금 이상하다고 했더니 스테이크 끝 부분이 아닌 가운데를 한 번 썰어서 먹어보라고 했단다. 그렇게 먹어보았지만 뭔가 옳지 않았다. 직원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러더니 매니저를 데리고 왔다. 매니저는 재차 스테이크 가운데 부분을 이번엔 세로로 썰어보라고 했단다. 그렇게 가로 세로로 가운데 부분을 썰어보며 친구 A와 직원, 그리고 매니저는 동시에 깨달았다. 친구 B와 친구 A의 주문이 바뀌었다는 것.


그러니까 미디엄 레어 굽기로 제공됐어야 할 친구 A가 바싹 구워진 미디엄 웰던(B에게로 갔어야 함)으로 제공되었던 것. 매니저는 친구 A에게 금방 다시 만들어주겠다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단다. 그런데 사실 친구 B도 잘못된 스테이크(원래 미디엄 웰던으로 주문했는데, 미디엄 레어로 받았으니)를 받았으니 새로 제공해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친구 A가 말했다. "내 친구도 다시 만들어주세요."


그런데 그 매니저가 친구 B를 보더니. "But..."하고 뜸을 들이더란다. 그래서 두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할는지 귀를 기울이는데, "But... She's enjoying it! (근데... 너무 맛있게 먹고 있는 걸?)"이라는 말을 들었다. 친구 B는 실제로 너무 맛있게 먹고 있던 중이라 무어라 부정할 수가 없었단다. 그래서 두 사람은 "Okay"로 마무리했단 얘길 들려줬다. 친구 B는 "내가 사실 스테이크는 먹을 만큼 먹어서, 파스타로 바꿔달라고 할까? 고민하고 있었거든? 근데... 저렇게 말해서 할 말이 없었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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