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imate vs Close
통역대학원 1학년 1학기 초반 수업이었다. 한영문장구역(문장구역(sight translation): 통역 기초 훈련으로 눈으로 보면서 즉각 통역하는 과목) 수업이었는데, 교수님은 돌아가면서 발표를 시키셨고, 일정 분량 문장구역을 마치면 피드백을 해주시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당시 수업자료는 한국어로 작성된 연설문으로, 양국 간의 긴밀한 협력과 우호적 관계를 강조했던 기억이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교수님은 "이번엔 00가 해보세요."라며 한 학생을 지목했다. 그 학생은 문장 구역을 시작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양국은 가까운 관계이다"정도였던 것 같다. 그 친구는 "The two countries have an intimate relationship."이라고 말했다.
거기서 교수님은 "잠깐만"을 외치셨고, "00 학생, intimate 뜻이 뭐예요?"라고 물으셨다. 그 학생은 눈이 똥그래져서 "교수님 intimate 뜻 모르세요???"라고 되물었다. 당시 교수님을 포함해 모든 학생은 빵 터졌는데, 그 학생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했다. 교수님이 'intimate'의 뜻이 뭐냐는 질문은, 실제 질문이라기보다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사용한 것이니?' 하는 의미였던 것.
1.(사람들이) 친(밀)한 / intimate friends 친한 친구들
2.(흔히 성생활과 관련된) 사적인 [은밀한] / The article revealed intimate details about his family life. 그 기사는 그의 가정생활에 대해 사적인 내용을 폭로하고 있었다.
(출처: 네이버 사전)
네이버 사전에서 'intimate'의 주요 두 가지 의미를 살펴보면, 이는 개인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나타내는 단어임을 알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an intimate relationship"은 주로 개인 간의 깊은 애정과 연결성을 의미하는 상황에서 사용된다. 따라서, 국가 간의 협력적이고 긴밀한 관계를 설명하는 문맥에서는 "an intimate relationship"보다는 "a close relationship"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그런데 제2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입장에서 한국어로는 "가까운, 친밀한"이라는 비슷한 뜻을 가졌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상황에서 사용되는 단어들을 적절한 상황에서 사용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나도 이런저런 효율적인 방법들이 없을까 시도를 해보았지만, 결국 답은 "정확히 알기" 밖에 없었다. 즉, 내가 "intimate"과 "close"를 정확히 아는 수밖에 없다.
내가 하루는 단어를 외우고 표현을 익히고 하는 일이 참 고되다는 불평을 한 적이 있다. 외워도 그때뿐이고 다 잊게 된다는 하소연을 했는데, 당시 영어 선생님이 "너 school이 헷갈린 적 있니?" 하셨다. 즉, school은 내가 그동안 100번 아니 1,000번쯤 보고 들었을까? 그렇게 자주 보면 헷갈릴 일이 없다는 것. 그 단어나 그 표현이 사용되는 걸 자주 접하면 익힐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자주 보게 되면, 같이 사용되는 표현들(collocation)도 문법도(같이 사용되는 전치사나, 관사 사용 여부 등) 그냥 익히게 된다는 선생님들의 단골 잔소리. 나도 뭔가 방법이 있길 바라지만, 그저 많이 읽고 듣는 수밖에 없다는 걸 어느샌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