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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Oct 28. 2023

소소한 반란

얼마 전 다른 팀 직원이 회사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다. 재미있는 일이 있다면서. 이야기는 그 팀에 수습사원이 팀 동료와 선배들에게 "저는 이제 태업하겠습니다."라고 선언했다는 말로 시작되었다.


배경은 이랬다. 팀장님이 수습사원에게 그렇게 어렵지 않은(팀장님 입장) 보고서를 지시했다. 그런데 2-3일 내로 가져갔어야 할 일을 2주나 끌었던 것. 사실 수습사원이 보고서 작성에 미숙한 건 당연하니, 본인이 보고서의 질을 높이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빨리 보고해 피드백을 받았어야 했는데, 전략을 잘못 세운 듯했다. 팀장님도 수습사원을 재촉하고 싶지 않았던 듯하고, 애초에 그리 시급하지 않은 업무를 맡긴 터라, 기다려준 듯했고. 이주만에 이루어진 보고인데, 그 보고서의 질이 좋을 리는 없었다. 새로 쓰는 수준으로 피드백이 주어졌다. 그 수습사원은 마상을 입고 태업을 선언한 것.


그런데 그 수습사원의 태업이라는 것이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어야 하는 날 9시 10분까지 도착해 소심한 지각을 하고, 팀장님이 업무 지시를 했는데 괜히 과자를 천천히 까먹으며 복도를 돌아다니고, 점심시간에 나가 늦게 복귀한다든가 하는 일이었다. 팀원들은 그 귀여운 태업을 지켜보며 걱정스러운 마음 조금과 함께 재밌어하고 있었다.


며칠 뒤 나는 그 태업의 결과가 궁금했다. "그 수습 직원은 어떻게 됐어?"라고 물었더니, "태업 이틀 만에 복귀함. 00(그 팀의 최고 선배)이 데리고 나가서 커피 사주면서 달래줬어."  어차피 근태는 본인에게 문제가 되는 사항인 데다 정말 팀장님 눈밖에 나버리면 큰일이니 선배들이 나선 모양. 지금은 억울하기도 할 테지만, 머지않아 이불킥을 하지 않을는지. 수정한 보고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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