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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Oct 30. 2023

웃참 대결

현재 스코어 2:1

옆팀의 팀장님이 하루는 내게 아침에 커피를 사주시겠다며 구내 커피숍을 가자고 하셨다. 그날 내게 서신 한 장의 번역을 부탁하실 거였는데, 그 때문에 커피를 사주시려는 듯했다. 나는 이 팀장님에 대해 잘은 모르는데, 내가 받은 인상은 차분한 모범생과에 꼼꼼하게 일하는 느낌? 이 팀장님에 대해 누군가 "물어보나 마다 대문자 ISTJ일거예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같이 간 구내에서 팀장님이 어색함을 깨기 위해 스몰토크를 시작하셨는데, 그 주제는 내가 최근에 다녀온 방콕 출장이었다. 팀장님은 "00님(임원) 영어를 잘하신다면서요?" 하셨다. 내가 "네, 잘하시더라고요~."라고 대답했더니, 팀장님은 "그렇게 안보이시는데..." 하셨다. 그 팀장님이 이야기 한 '그렇게 안 보인다'의 의미를 정확히 알기 때문에 웃음이 터질 뻔했지만 어색한 사이에서 웃어버리면 안 될 것 같아 웃음을 꾹 참았다. 그 임원은 실제로 국제적인 감각이라곤 전혀 없는 굉장한 왕꼰대 큰아빠의 느낌이랄까? 영어를 잘하기는커녕 싫어할 것만 같은 그런 인상이다. (실제로는 잘하심.)


나만 당할 순 없지. "그런데 역사 얘길 너무 많이 하셨어요." 팀장님도 아직 어색한 사이에 웃기는 그러셨는지, 눈을 꼭 감고 입을 꾹 다문채 볼을 실룩거리며 웃음을 참으셨다. 오 이제 1:1. 그러다 "그렇긴 하죠"라고 대답을 하셨는데, 중간에 삑사리가 나버렸다. 


그 서신을 번역해 문제의 임원에게 함께 보고를 다녀오던 길, 나는 팀장님에게 말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00님이 홍준표 시장을 닮지 않았나요?" 팀장님은 "풋"하고 작게 웃음을 터트리시고 "경상도 말투까지 그렇긴 하네요"라고 한마디 덧붙이시더니 다시 웃음을 꾹 참으셨다. 그렇지만 실룩거리는 볼을 감출 순 없었다. 힛. 현재 스코어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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