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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Aug 29. 2023

내가 방금 뭘 들은 거지?

회사에서 무섭기로 소문난 팀장님과 일을 할 때였다. 그 팀장님은 사적으로는 수줍게 말씀하시는 터라, 그 무시무시한 소문이 정말일까 처음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같이 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에피소드가 생겼고, 없는 이야기가 퍼진 건 아니었구나를 제대로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과장된 측면도 있었다. 일단 우리 팀의 팀원들에게 큰소리를 내거나 하는 식이 아니었고, 주로 그의 상대는 외부에 있었다. 그래서 속이 시원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싸울 때 확실히 싸워준달까? (물론 싸울 필요 없을 때도 싸웠던 적이 있음.) 우리 팀은 그를 장단점이 명확한 상사라고 평했다. 


아무튼 쉽지 않았던 그 팀장님과 외부 회의에 참석했던 날이다. 오전 회의를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한 뒤, 다시 회의장에 착석해 오후 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회의 시작 10분 전쯤, 팀장님이 가방을 뒤지며 이야기하셨다. "나 치카좀 하고 올게."


흡. 웃참 시간이다. 이 무서운 팀장님이 집에서 육아를 열심히 하시는지, "유아어"를 사용하시다니. 본인이 그렇게 이야기 한 걸 모른 채 팀장님은 칫솔을 들고 회의장을 나가셨다. 그 자리에 있던 동료와 눈이 마주치고, "들었어요?" 하자, 그녀는 "네ㅋ" 한다. 우리는 동시에 푸하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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