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시간에 같은 팀 동료와 회사 근처로 필라테스 수업을 들으러 갔다. 그녀도 나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늘 선생님의 특별관리 대상이다. 오늘은 6명이 꽉 차게 수업을 했는데, 그중 두 사람은 운동을 오래한 듯 내공이 느껴지는 분이었다. 정말 자세가 꼿꼿하고, 단단한 힘이 느껴지는 분들인데, 근력이 필요한 어려운 자세도 그 두 분은 버텨내시곤 했다.
나와 동료는 우왕좌왕 엉망진창 필라테스를 하는 중이었고, 내 오른쪽에 계시던 분도 자꾸 "끙" 소리를 내시는 걸 보니 우리와 비슷한 수준인 것 같았다. 오늘의 사건은 선생님이 모두 다 오른쪽으로 돌아 앉으라고 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6명이 다 오른쪽을 보고 앉으니, 내 오른쪽에 앉아 계시던 필라테스 초보자가 제일 앞에 앉게 된 것이다. 선생님이 새로운 동작을 하기 위해 이런저런 준비자세를 가르쳐주고 계셨는데, 그분이 제일 앞에 계시다 보니 그분을 다들 따라 하게 되어서 모두에게 오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선생님이 "왼쪽!"이라고 이야기하셨는데 (왼쪽으로 몸통을 회전시키라는 의미!), 이 분이 오른쪽으로 몸통을 회전시키셨다. 나도 "왼쪽!"이라는 지침을 듣긴 했는데, 앞 분을 나도 모르게 따라 하게 되었고, 알고 보니 반 전체가 오른쪽으로 몸통을 회전시킨 것. 선생님이 "외엔쪽!!!"하고 힘을 줘서 말하자, 다들 방향이 잘못된 걸 깨닫고 다시 왼쪽으로 몸통을 회전시켰다. 제일 앞자리 분은 제외하고. 그분은 다시 자신 있게 몸통을 오른쪽으로 회전시켰다.
그러자 선생님이 "외에에에에에엔쪽!!!"하고 그분과 눈을 마주치며 얘기했다. 그런데 그분이 모랄까? 독립투사 같다고 해야 할까? 조금은 분하다는 듯, 본인의 신념이 옳다는 듯 "제 왼쪽은 이쪽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순간 '어? 이쪽이 왼쪽인가?' 의문이 들정도로 확신에 찬 목소리.
선생님이 "그 손 무슨 손이에요?" 하고 그녀가 자신의 왼쪽이라고 주장하는 쪽의 손을 가리켰다. 그녀는 "오른손이요."하고 자신 있게 말했다. 수업 전체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녀가 "아하!"하기 전까지. 그리고 모두 크게 웃었다. 그녀는 아마도 선생님이 우릴 마주 보고 서 있으니, 선생님(은 학생들 방향으로 이미 바꿔서 말해주고 있었는데)과 반대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던 듯했다. 또 한 사람의 초보자가 함께하다니 든든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