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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Dec 11. 2023

자쿠지에서 김치전 먹는 소리

친구가 아침에 카톡으로 꿈 이야기를 했다. "00이(강아지)가 너무 말라서 개구멍으로 슝슝다녔어!" 어제 2023년에 강아지 다이어트 계획을 세우고 400g만 빠지게 하겠다더니 그런 꿈을 꾼 모양이다.


실은 어젯밤 나도 꿈을 꿨다. 자다 갑자기 무슨 소리가 나 깨는 바람에 기억을 하고 있는데, 꿈속에서 나는 찬바람이 매섭게 부는 산 봉우리에서 자쿠지에 들어가 있었다. 나는 화이트 요원과 블랙 요원의 중간쯤 되는 사람으로, 누군가에게 전달해야 할 메시지가 있어 누굴 기다리는지도 모르면서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메시지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전달해야 하는 포인트가 3가지였는데, 잊지 않으려고 머릿속으로 되네이며 따듯한 물속에 앉아있었다. 그때! 누군가 김치전을 포장용기에 담아 물속으로 들어오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쩝쩝거리며 먹기 시작했고, 기름 묻은 손을 물에 담그기까지 했다. 속으로 '아 더럽네' 생각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내게 다가왔다. "미안해요. 제가 못 알아봐서 오래 기다리셨죠. 기다리느라 배가 고파서 김치전을 먹고 있었어요." 난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면서 속으로 '그래도 그렇지 물속에서 김치전은 좀...'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 이야기를 카톡에 하자, 친구들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를 잔뜩 보내며 미션은 성공했는지 물었지만, 이상하게도 미션 성공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친구들은 "기약한 애들 특징인가 봐. 꿈에서도 말 못 해." 그리고  "꿈에서도 속으로만 생각"이라며 한차례 더 비웃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 내가 웃긴다. 메시지를 잊을까 되뇌고 김치전을 왜 물속에서 먹나 한심하게 바라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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