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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Dec 14. 2023

잘 지내라고 대답할 수밖에

12월이 되니 나 같은 아싸도 이런저런 연말 모임들이 있어서 이번주는 월화수목 모두 저녁약속이 있다. 친한 친구도 각자 바쁘게 지내다 보면 일 년에 한 번 모이기가 쉽지 않다. 연말이면 그래서 다들 무리해서라도 얼굴 한 번 보려고 모이나 보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는 "어떻게 지내?" "잘 지내지 뭐" "잘 지냈어? 나도 잘 지냈어." 이런 안부인사로 대화를 시작하게 되는데, 대화가 무르익는다고 해야 할까? 어떤 궤도에 오른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시동이 걸리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왜냐면 각자 다들 요즘 즐거운 일, 고민되는 일, 놀라운 일들이 있었겠지만, 그걸 풀어놓자니 그 일을 말하기 위해 설명해야 할 것들이 줄줄이 있어 "잘 지내"로 퉁치게 된다. 그러다 누군가가 그래도 큰맘 먹고 배경 설명과 함께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하나둘씩 조금씩 쏟아내기 시작하게 된다. 그렇지만 저녁 시간은 생각보다 짧고, 그렇게 조금 이야기 봇물이 터지는 듯하다가 각자 또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수다는 오히려 매일 보는 사람, 자주 보는 사람들과 떨게 되는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나면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지만, 그저 짧은 저녁 시간 동안 "잘 지내"라고 하는 수밖에 없을 때가 많으니까. 그래도 좀 더 시간이 지나서 다들 시간이 좀 많아지는 그런 때가 오면, 그땐 다시 수다를 떨 수 있는 그런 사이가 될 수 있도록, 가끔씩 "잘 지내"는 빼먹지 않아야 한다. 나 같은 아싸도 챙겨서 연락해 주는 소중한 친구들에게 조금 더 다정한 "잘 지내"를 전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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