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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Jan 08. 2024

인도는 개 무섭네! 으핫핫!!!

며칠 전 아토피로 피부과 진료를 보는데, 의사 선생님이 물으셨다. "또 어디 출장 계획은 없어요?" 오래 다닌 피부과인데, 내가 출장이 꽤 잦다는 걸 알고 있는 선생님이 안부 겸 물으신 것. 나는 "1월 말에 인도에 가요."라고 답했다.


이제 나는 무슨 상황이 될지 알고 있다. 이제 의사 선생님이 내게 인도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 그는 아는 게 많다. 거기다 늘 붐비는 병원인데, 내가 병원 문 닫는 시간에 갔더니, 거의 마지막 환자라 그런지 그의 이야기는 평소보다 길고 자세했다.


일단 인도 카레부터. "인도 카레가 사실 일반인들이 먹기가 쉽지가 않죠.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건 몇 종류에 불과하잖아요." 더 놀라운 건, 지금 기억도 못하겠는데, 그는 인도 카레 먹기 힘들다는 이름을 몇 개 이야기까지 했다는 것. 왜 놀라운가 하면, 이건 모두 간접 경험, 그러니까 이 선생님이 걸어서 세계 속으로라든가, 여행 유튜브라든가, 뭔가 보고 말씀하시는 거라는 거다.


전에는 "에콰도르에 가요"라든가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요"라고 했을 때, 먹을 것, 해볼 것, 조심할 것 등 너무나 상세한 정보를 이야기해 줘서, "오! 선생님도 가보셨어요?"라고 묻곤 했지만, 이제 나는 그가 여행프로그램 광팬이라는 걸 알아 그냥 묻지 않는다.


가렵진 않은지, 언제부터 심해졌는지 묻는 사이사이 인도 이야기가 길어졌다. 그러자 나는 이 정보 배틀에서 질 수 없다는 기분이 들어 내가 인도에 가본 적이 있고 그때 "들 개"때문에 고생한 에피소드를 이야기 들려드렸다. 뉴델리 출장을 갔을 때 약국에 갈 일이 있었는데, 우버가 잡히지 않아 걸어서 15분 거리 약국을 가본다고 도전했다가, 구글 맵도 맞지 않고 (원래 길은 맞지만, 일정 시간이 되어서 게이트를 닫은 듯), 헤매는 와중에 커다란 들개들이 너무도 많아 정말 무서웠던 적이 있다고 말이다.


의사 선생님은 여행 프로그램에서 인도의 들개에 대해서도 본 적이 있는지 맞다고 맞장구를 치셨다. 그러다 우크 개들이 예방접종을 했을 리도 없으니 물리면 큰일이라는 이야기로 이어졌는데, 그때 그 선생님의 평, "인도 개 무섭네, 정말 개! 무섭네!!!". 그리고 이어지는 으핫핫 하는 웃음소리. 본인의 개그에 너무나 만족하시며 "다음에 써먹어야지"라고. 선생님의 아재개그에 웃어버린 나를 반성하며, 병원 직원분들께 죄송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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