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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Jan 14. 2024

간장종지와 우산꽂이

나는 어릴 적부터 여동생을 지켜보며 한 가지 존경하는 점이 있다. 내 동생은 어릴 때부터 사람을 공평하게 대하려고 늘 노력한다. 그게 싫은 사람, 또는 잘 맞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무뎌서가 아니었다. 누구보다 예민한 애니까. 나랑 잘 맞지 않는다 또는 좀 싫다는 마음이 들어도 상대방이 특별히 자신에게 나쁘게 군 게 아니라면 공평하게 상냥하게 대한다. 그래서 내 동생은 싫은 친구와 놀기는 싫지만 상처주기도 싫은 그 지점에서 항상 고민하곤 했다. 그것이 회사 생활로도 이어져, 회사에서 만난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에게, 나름 공평하게 대하려고 항상 노력한다.


나는 어떤가 하면,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좀 있다고나 할까. 그건 사람들이 다 제각기 다른 존재인걸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 편협함 탓이겠지? 그렇다고 내가 어떤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저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 나의 방식이었다.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들하고만 어울리는 방식. 이런 나는 그래서 교직 이수를 하지 않았다. 나는 선생님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선생님은 반드시 모든 학생들을 좀 귀여워하는 마음이 필요하니, 나같이 호불호가 강한 사람은 적당하지 않았다. 그런 내게 항아리를 모아보라는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이 있다.


내가 탐스럽고 복스러운 예쁜 항아리만 수집하려고 하는데, 그러지 말고, 우리에겐 우산을 꽂아 둘 이가 나간 항아리도 필요하고 아주 작은 간장 종지도 필요하다는 이야기. 고이고이 아끼던 항아리가 이가 나가면, 깨버리지 말고 우산 꽂이로 써보라는 이야기. 다양한 용도의 이런저런 항아리를 가지고 있으면 좋지 않겠냐면서.


누군가의 조언이나 충고가 고깝게 들릴 때도 있지만, 그 순간엔 그러지 않았던 것 같다. 나를 아껴주는 마음이 함께여서였을까? 내가 그 뒤로 항아리 만물상이 되었느냐고? 그건 아니다. 그런데 그전보다는 다양한 항아리를 곁에 두게 되었다. 그리고 복스러운 예쁜 항아리가 때로는 우산 꽂이가 될 수도 있고, 우산 꽂이로 쓰던 막항아리가 트렌디해져 장식장을 차지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걸 시간을 통해 배우기도 했다. 그리고 조금은 다양한 항아리들이 자기만의 매력이 있다는 걸 배워나가는 중이기도 하다.


(그림 출처: 챗GPT를 통해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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