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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Jan 30. 2024

F 아저씨와의 조우

이번 인도 출장 비행은 쉽지 않았다. 환승객이 아직 탑승을 하지 못해 출발이 지연된다는 방송이 나왔고 (환승객을 기다려주는 건 줄 몰랐음. 난 버리고 떠나버리던데, 그리고 그 비행기를 타고 환승해야 하는 승객들은 어쩌지?), 출발이 꽤 지체되더니, 맞바람을 만나 예상 비행시간인 8시간 반을 30분 이상 넘겨 9시간 넘게 비행했다.


이번 출장길 친구는 <해리포터: 죽음의 성물> 1편과 2편이었다. 처음 죽음의 성물을 볼 때도 스네이프 교수가 죽는 장면이나, 해리가 희생을 선택하는 장면에서 눈물이 났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헤르미온느가 부모님을 보호하기 위해 본인에 대한 모든 기억을 지우는 장면, 해리가 미운정이 들어버린 이모네 가족과 작별하는 장면, 아이들을 지켜주려고 뭉친 어른들의 모습, 아들의 부상 그리고 죽음에 가슴 아프면서도 강하게 일어서는 론네 부모님까지 온통 나를 훌쩍이게 만들었다.


휴지로 조용히 눈물을 훔치다,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들고 잠시 눈물을 말리고 있는데, 옆자리 아저씨가 코를 훌쩍이신다. ‘설마?’


무슨 영화인지는 모르겠지만 (본격 신파 아님, 뭔가 때려 부수는 게 나오는 걸로 봐서 액션…?) 아저씨도 영화를 보다 감동 받아 한 손엔 맥주캔을 다른 손엔 땅콩을 들고 훌쩍이고 계셨다. 묘하게 안심이 되면서 다시 영화에 집중.


어느새 델리 공항에 도착해 내릴 준비를 하는데, 옆자리 아저씨가 말을 건넨다. ”델리가 목적지세요? “ “네, 다른 곳으로 가시나요?” 하고 대답하자, “네 좋으시겠네요. 저는 00 (지명 까먹음)로 가야 하는데… 연착을 해서 좀 걱정이 됩니다.”하고 서둘러 나갈 준비를 하셨다. “운동화 끈 풀렸네요.”라는 친절한 이야기도 함께. 아마 아저씨도 F 동지로서, 내게 내적 친밀감을 쌓은 듯했다. “무사히 환승하시길 바라요! 조심해서 가세요. “로 마무리한 F아저씨와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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