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미국에 있을 때 이야기다. 꽤나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와 부모님 집에 도착했다. 마침 부모님은 외출 중이셨다. 집에서 한숨 자고 있으니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부스스 일어나 거실에 나가보니 부모님이 우리 딸 왔냐며 반겨주셨다.
친구는 부모님을 기다리며 내게 뭘 먹을지 이야기했었다. 오랜만에 귀국이어서 먹고 싶은 한국 음식이 잔뜩이었다. 첫끼를 뭘로 먹을지 두근 두근하는 중. 거기다 친구 어머니는 전에 하숙집을 운영하셨는데, 음식 솜씨가 정말 좋고 거기다 손이 크셔서 (나는 지금까지 큰 손 어머니 덕을 보고 있다. 나까지 챙겨주시는 어머니 싸랑합니다.) 음식을 뚝딱 하시는 분이셨다. 친구는 오랜만에 부모님과 외식을 하자고 할까, 엄마가 집에서 먹자고 하려나 그런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친구는 그날 저녁을 먹고 내게 전화를 했다. "나 저녁 뭐 먹었게." "김치찌개?" "나 피자 먹었어." "어?" 이런 대화를 나눈 뒤 그 뒷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의 부모님이 친구를 반겨주며 하시는 말씀 "아이고 우리 딸 왔으니 피자 시켜 먹자!" 친구는 뭔가 김치찌개 먹을까 된장찌개 먹을까 그러다 의아해하며 피자를 주문했는데, 부모님이 피자를 기다리며 "딸이 오니까 피자도 먹네"하시는 걸 들으며 알게 됐단다. "야 우리 엄마 아빠, 피자를 2년 동안, 나 없는 동안, 먹고 싶어도 못 드셨대. 야 말이 되니?" 주문하는 것도 어렵고, 두 분 이서만 피자를 시켜 먹는 건 어쩐지 어색해서, 딸 오면 먹자 하고 미루다 보니 2년 동안 피자를 못 드셨단 이야기. 친구는 눈물이 핑 돌았다고 했다.
부모님들도 피자도 좋아하고 햄버거도 좋아하신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가? 나도 김치찌개가 먹고 싶은 날이 있고, 피자나 파스타가 먹고 싶은 날이 있으니까. 우리 엄마가 하루는 전화가 왔다. "딸, 엄마 서브웨이인데, 어떻게 주문해야 돼?"라고 물었다. 나는 "알겠어. 엄마 카톡으로 보내줄게!"라고 하고, "이탈리안 비엠티, 호밀빵, 아메리칸 치즈, 채소는 다 넣고, 소스는 추천소스"라고 보냈더니 조금 있다 서브웨이 샌드위치 사진이 도착했다. 그 뒤로는 야무지게 주문을 잘하시는데, 다른 브랜드 매장에 가면 또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한다. 나의 작은 효도는 엄마 아빠와 가끔 핫플에 가보거나 요즘 애들이 좋아하는 걸 먹어보는 것. 엄마 아빠가 변화에 적응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 그래서 피자도 햄버거도 원할 땐 즐길 수 있으시길 바라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