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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Mar 20. 2024

횡단보도를 건너는 곰

곰같은 소리

어제 운동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이었다. 시간은 밤 10시 반쯤? 며칠 날씨가 풀려 꽃소식도 들려오고 했는데, 어젯밤은 거센 바람 소리에 몸이 움추러들었다. 늦은 시간이라 차가 많지 않았다. 저 앞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는 게 보였고, 브레이크에 발을 올려 서서히 속도를 줄이고 있었다.


그런데 하얀 곰 한 마리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게 아닌가? 물론 나도 이성이 있는 사람이니까, '저건 곰이 아닐 것이다'라고 생각을 하긴 했지만, 곰처럼 보이는 무엇인가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게 보이니 순간이지만 머릿속으로는 우다다다다 질문이 떠올랐다. '흰곰이 왜 횡단보도를 건너지? 곰처럼 보이지만 곰은 아니겠지? 그래도 너무 곰같이 보이는 걸? 그렇지만 곰은 아니겠지. 저 곰같이 보이는 저 흰곰은 도대체 뭐야? 어디서 탈출한 곰은 아니겠지? 근데 곰이 신호를 어떻게 보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거지???'


횡단보도에 서서히 다가가면서 그 흰곰의 정체를 확인했다. 흰색 패딩에 검정 바지를 유니폼처럼 입은 4명의 청소년들이 추워서인지 다닥다닥 붙어 길을 건너고 있었던 것. 친구에게 이야기를 했다가 "곰 같은 소리 하네"라는 비웃음을 샀다. 그래도 그렇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나? 도로에는 고라니도 출몰하고, 멧돼지도 나올 수 있는데... 북극곰은... 좀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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