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쯤인데, 일요일 아침이었고 동네 김밥집에 포장을 하러 갔다. 나는 그 동네에서 나고 자랐다. 이사를 두어 번 하긴 했지만, 걸어서 10분 거리 정도 안에서의 이사였다. 그 김밥집은 내가 기억하는 한, 항상 거기 있었다. 그냥 예전부터 일요일 아침은 그 집에서 김밥을 자주 사다 먹었다. 가끔은 잔치 국수도 포장하고, 비빔국수도 포장하고. 동생들과 김밥을 사러 가기도 하고, 때로는 아빠와, 때로는 엄마와 갔다. 그날은 엄마랑 김밥을 포장하러 갔다.
꽤 따듯한 봄날이었지만 아직 덥진 않은 시기였다. 기분 좋게 김밥을 사고 나오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우리는 놀라서 걸음을 재촉하며 돌아보지 않고 멀어지려고 하는데, 그 할아버지는 계속 소리치셨다. 그러다 문득 정신이 조금 이상한 할아버지 같긴 했지만, 위해를 가하려는 느낌은 아니라, 뭐라고 하시나 뒤돌아 봤더니 그 할아버지가 계속 소리치며 하는 말은 "김밥은 겨울 음식이야!!!!!!!!!!!!!!!!!!!!!!!! 여름에 먹으면 안 돼!!!!!!!!!!!!!!!!!"였다.
"엄마, 김밥은 겨울 음식이래, 여름에 먹지 말라고 하시는데?" "맞는 말이지, 김밥이 잘 상하거든." 그런 얘기를 하며 집에 돌아왔는데, 그해 여름에 무슨 일이 있었냐면, 김밥 식중독으로 엄청 떠들썩했다. 어느 날 엄마랑 뉴스를 보다 "엄마 그 할아버지 기억나?" 하니 엄마는 "정말 맞는 말 하셨네"라고 그걸 어떻게 잊냐고 하셨다. 처음엔 봉변당하는 줄 알았다고 덧붙이면서. 오늘 누가 김밥이 잘 상한단 이야기를 꺼냈는데, 문득 그날 아침이 떠올랐다. 잊지 못할 그 할아버지의 경고도. "김밥은 겨울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