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 핸드폰 화면을 봤다. 9:30분. 아직 잠이 덜 깨 비몽사몽인데, 9:30분은 뭔가 옳지 않은 느낌이었다. 이런 순간, 그러니까 자다 깨서 핸드폰 화면을 본 그런 순간에 스크린에서 처음 보는 낯선 숫자의 느낌. 옳지 않고, 낯설고, 잘못된 것 같고 그런 생각이 들었고,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면서도 혼미한 상태.
잠에서 깼을 때 금방 정신을 차릴 때도 있지만, 가끔은 유난히 혼란스러울 때가 있는데, 이때가 그랬다.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지? 그런 기분에 휩싸였는데 거기다 9시 30분이라는 숫자의 미스터리까지 더해져 혼돈 그 자체. 그러다, 아? 9시 반이라고???????????? 나 늦잠 잔 거야?????? 하며 정신을 반쯤 차렸다.
그런데 여전히 뭔가 잘못된 느낌이 들었다. 그게 뭔진 모르겠었지만. 일단 뭐부터 해야 할지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하다가 9시 반인데 방이 왜 이렇게 어둡지? 하는 생각이 났다. 그리고 일단 씻을까? 하는데, 아직 몸을 일으키기 어려웠다. 그러다 여전히 뭔가 맞지 않다는 느낌에 어제 퇴근해서 내가 뭐 했는지 되짚어 보게 되었다.
어제는 퇴근하자마자 먼저 출근할 때 뱀허물 벗듯 던져놓은 나의 흔적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미지근한 물은 마시기 싫으니까, 매우 귀찮았지만 팬트리에서 생수를 꺼내 냉장고에 채웠다. 휴. 이미 체력 방전. 잠시 앉아서 운동 가기 전까지 쉬어보려고 했다. 그 생각이 나자 곧 '아... 운동 가려고 기다리다 내가 잠이 잠깐 들었다 깬거구나'하며 정신을 완전히 차릴 수 있었다.
아침 9시 30분이 아니라, 저녁 9시 30분이었다. 9시 30분 운동을 예약해 두고 잠시 쉰다는 게 깜빡 잠이 든 거였다. 걸어서 15분 거리인데, 이미 운동은 늦어버렸다. 늦잠을 잔 건 아니라는 안도감과, 운동을 빠지게 되었네 하는 아쉬움이 동시에. 아직 씻지도 않았고, 난 소파에 누워있었구나... 하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미 한숨 잤지만, 잘 준비나 하러 갈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