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조금 이른 저녁, 옆 테이블에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본격 저녁 장사가 시작되지 않은 시간으로, 아직 테이블이 절반도 차지 않았으니, 5시가 될 무렵 정도였을까? 아직 식당이 조용한 편이어서 인지, 옆 테이블에 앉은 그 친구들의 목소리가 잘 들렸다. 내가 들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술을 한잔 마셔 저세상 텐션인 그 친구들의 목소리는 귀에 콕콕 박혀왔다.
두 사람이 남사친-여사친 사이라는 것, 각자 썸과 사귐 그 사이 어디쯤 되는 썸녀와 썸남이 있다는 것, 그런데 각자의 연애가 잘 풀리고 있지 않다는 걸, 주변 테이블에선 다 듣고 있지 않았을지?
처음에 그 두 사람에게 관심이 갔던 건, '남사친'쪽이 너무도 구구절절한 하소연을 시작했을 때였다. "야 이게 말이 되냐, 인스타 스토리는 확인하고 올리면서, 왜 카톡은 안 보는 거야 ㅠㅠ." 음... 남사친 쪽의 썸이 잘 풀리지 않는 건 확실했다. 이런 상황은 말이 되는지, 저런 상황은 말이 되는지, 질문의 형식을 빌어 하소연이 이어졌는데, 처음엔 같이 하소연을 하던 여사친은 어느새 남사친을 위로하고 있었다.
식당의 모든 자리가 사람으로 꽉 차고 시끌시끌해지자, 그 친구들의 목소리도 소음에 묻혀 어느샌가 나도 그 친구들의 존재를 잊게 되었고, 또 시간이 흐르자 그 테이블엔 다른 손님이 앉아있었다. 남의 일 일 때는, 그 답이 너무 간단해 보인다. "학생, 제가 듣기엔 그 썸녀는... 학생한테 관심이 없는 듯. 그냥 빨리 정리하고, 새로운 사람 만나 봅시다."라고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지러운 느낌. 그렇지만 나도 카톡 하나, 전화 한 통에 의미 부여해본 적이 있으니까. 그냥 하고 지나가야 하는 고민인가 싶기도 하다. 봄이네.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