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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Mar 21. 2024

새우깡과 텅빈 간식함

최근 인사이동이 있었고, 내 옆자리는 말수가 적고 낯을 가리는 조용한 사람의 차지가 되었다. 팀이 다 같이 모여 어쩌다 MBTI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는 ISTJ(세상의 소금형, 성실한 모범생, 분석적, 객관적)라고 밝히며 극 I, 즉 굉장히 내성적인 편이라고 덧붙였다. 


오늘 나는 점심을 잘 챙겨 먹었는데도 4시가 되자 간식이 먹고 싶었는데, 옆 팀 직원에게 배고프다고 징징댔더니 하나 남은 새우깡을 감사하게도 주셨다. 새우깡을 뜯으며 옆자리 직원에게 물었다. "새우깡 좀 드릴까요?" 그는 "아아. 괜찮습니다~"하며 상냥하게 거절했다. 그래서 나는 내 뒷자리 동료에게 새우깡을 좀 덜어주고 자리에서 신나게 새우깡을 와구와구 먹었다.


그런데 좀 전에 새우깡을 거절한 ISTJ인 내 옆자리 동료가 주섬 주섬 일어나 텅 빈 간식함에 가서 뒤적뒤적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냉장고에서 다행히 뭔가 간식을 찾아 돌아왔다. '앗! 새우깡을 한 번 더 권할 걸 그랬나?' 싶어진 순간.


이 이야길 친구에게 했더니, "야, 세 번은 물어봤어야지. 한 번만 딱 물어보고 치우는 게 어딨어. 아니면, 물어보지 말고 그냥 줘야지"한다. 그래서 "난 괜찮다고 했는데 또 주려고 하면 싫던데..." 했더니 그건 친할 때 이야기고, 아직 초면이나 다름없으니 그냥 주라는 이야기. 그리고 친구는 물었다. "야 너 회사에서 근데 막 새우깡 주먹으로 먹고 그러진 않았지? 한 번에 3~4개 털어 먹고." 아니 새우깡 작은 봉지인데, 그나마 그 반은 뒷자리 직원에게 나눠줬는데, 주먹으로 먹을 게 있나? "야 주먹으로 먹을 것도 없었어."라고 대답했지만, 3~4개씩 털어먹긴 했단 말은 하지 않았다. 새우깡을 한 개씩 집어먹으면 무슨 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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