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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Mar 25. 2024

커피 셔틀을 피하는 방법: 사전 모의

회사에서 영어 단어 공부 어플인 말해보카라는 앱으로 매주 내기를 진행 중이다. 참가 인원은 나 포함 5명인데, 매주 12,000점을 채우지 못하면 커피를 한 잔 사야 한다. 한 문제를 풀면, 20점이니, 1주일 간 총 600문제, 하루에는 85문제 정도 풀면 된다. 단어 문제 구성은 개인별 설정에 따라 다르지만, 복습이 70% 이상이어서, 정말 집중해서 풀면 10분에 50문제 정도 풀 수 있다. 단어의 난이도는 개인별 맞춤형인데, 내가 한 문제를 맞히면 난이도가 1 올라가고, 한 문제를 틀리면 난이도가 2  내려가는 식이다. 1주일에 12,000점은 하루에 20분 정도만 투자하면 채울 수 있는 수준이다. 다시 말해, 미션 수행이 그리 어려운 수준은 아니란 이야기.


그러나 매일 20분, 말이 쉽지. 평일엔 깔짝깔짝 하다 점수가 집계되는 일요일 저녁 9시 전에 점수를 채우느라 다들 난리가 난다. 차라리 내가 그냥 이번주 아예 포기하고 커피를 사겠다 생각하면 억울하지 않은데, 이미 4~5,000점쯤 채운 상태라면, 커피를 사기엔 너무 억울하다. 그리고 내가 오늘 동료들에게 그냥 커피를 한 잔 살 수는 있지만, 내기에서 져서 벌칙으로 커피셔틀이 돼야 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 그럼 일요일 5~6시부터는 다들 어플을 켜고 점수를 채우느라 난리가 난다. 소중한 주말 저녁이고 뭐고, 내가 차라리 커피를 사고 말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질 수는 없다!'에 사로잡혀 단어 문제를 풀게 된다.


지난주는 인사이동이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꽤 바빠 주말에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누군가 한 주 쉬자고 말할법한 그런 주였다. 그럼 미리 해두면 억울하니 점수를 조금만 채운 상태로 토요일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 사람이 총대를 메었다. "저희 이번주 보카 쉴까요...? 바쁘네요 ㅠㅠ"라고. 이 카톡은 모랄까? 예상 가능한 카톡이었달까? 바쁘다는 걸 뻔히 알고 있었으니, 쉬자고 할만하지라고 생각이 드는 찰나였다. 그런데 문제는 평소 카톡 확인이며 메신저 확인이 늦은 Y였다. 정말 1초 만에 메세지를 확인하더니 대답했다 "전 좋습니다. 대찬성." 이렇게 빠른 대답이라니? 아무래도 수상하다. 


오늘 출근하자마자 Y에게 메신저로 물었다. "두 분이 말해보카 쉬자고 미리 합의 봤죠? 솔직히 말해봐요." 그녀는 질문에 답은 하지 않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만 연달아 계속 보내왔다. 두 사람의 작당모의에 한 주는 눈감아 주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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