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차로 2~30분쯤 거리에 태국 아주머니가 운영하시는 태국 음식점이 있다. 붉은 벽돌로 외관이 장식된 조금 허름한 2층짜리 건물인데, 2층은 살림집인 듯하고, 1층은 식당으로 운영되고 있다. 가게에 들어가 보면 내부로 들어가는 통로와 주방이 보인다. 주택을 개조한 식당은 그래도 꽤 넓은 홀이 두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왼쪽 방으로 들어가면 테이블이 다섯 개 있고, 벽에는 태국 간장부터 태국 맥주, 밀크티, 라면까지 태국 식료품이 전시되어 있다. 식료품점을 겸하는 듯했다. 오른쪽 방에도 테이블이 다섯 개쯤 있는데, 이 방에는 노래방기계, 마이크, 벽걸이 TV를 볼 수 있다. 한국에 사는 태국 사람들의 모임 장소로도 쓰이는 듯했다.
내가 처음 이 식당에 가게 된 건, 4~5년 전쯤 내 생일날이었다. 회사 근처에서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하려고 만났었다. 난 쌀국수가 먹고 싶었는데, 마침 주변 쌀국숫집이 다 쉬는 시간이어서 갈 곳이 없었다. 네이버 지도를 찾다, 이 식당을 발견했다. 허름해 보이는 외관 사진을 본 친구들은 시큰둥해했다. 쌀국수를 먹으러 꼭 거기까지 가야겠냐고 물었다. 다른 걸 먹는 건 어떻겠냐고 묻기도 했다. 난 그날따라 꼭 쌀국수가 먹고 싶었다. 내 생일이니, 내가 먹고 싶은 걸 먹겠다고 했더니, 다들 알겠다고 하며 마지못해 따라나섰다.
그날 나는 볶음 국수인 팟타이, 태국식 감자탕인 랭셉, 돼지고기와 바질 덮밥인 까푸라우 무쌉 등을 시켰다. 처음에 날 따라나서길 꺼려하던 친구들은 음식이 나오자 먹기 바빴다. 정말 현지 맛 그대로, 아니 웬만한 현지 맛보다는 더 훌륭한 음식들이었다. 난 그 뒤로 거리가 꽤 멀지만 이 식당의 단골이 되었다. 거기다 태국 아주머니가 하는 식당을 찾는다는 건, 모랄까, 회사 때문에 이사 온 이곳에 '로컬'이 된 듯한 느낌이랄까? 진짜 로컬들만이 찾는 하드코어 식당을 찾는 느낌이랄까?
그래서였을까? 몇 년 전 동생과 여름휴가로 파리에 갔을 때, Pisanov라는 불가리 식당을 찾았을 때, 사장님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우리가 파리의 주택가에 위치한 불가리 식료품점 겸 식당을 어떻게 찾아온 건지 하고. 구글 리뷰도 많이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불가리 이민자들이 모임을 하고, 그 동네 로컬들이나 찾는 작은 식당에 어떻게 온 것인지 궁금할 법도 했다. 나는 전에 파리에 출장을 왔다가 불가리 출신이었던 사람의 초대로 그 작은 식당에서 저녁을 즐겁게 먹었던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때 그곳에서 파프리카와 치즈 샐러드, 미트볼, 그리고 와인 한 모금도 즐겼다고 말했다. 그제야 사장님은 환하게 웃으며 끄덕이셨다.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갈 때 나는 보통 그 나라 음식들을 즐기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태국 현지 맛을 즐기고, 파리에서 불가리 음식을 즐겼듯, 그 나라에서 제3의 나라 음식을 즐겨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작은 식당을 발견하며, 마치 하드코어 찐 로컬이 된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다음 여행에서도 이런 독특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맛과 문화를 즐길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