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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가 어디지?

by 레모몬


이번 출장은 오전 11시 비행기였다. 요즘 공항이 붐빈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평일이었지만 준비를 서둘렀다. 본가에 있다 공항에 가게 되었는데, 부모님 집에서 인천공항에 가는 가장 편한 방법은 근처 호텔에서 공항버스를 타는 것이다. 아빠가 짐을 싣고 출근길에 날 그 호텔에 내려주었다.


7시쯤 공항버스가 오는 걸 알고 있었다. 부모님 집에서 호텔이 가까운 건 알고 있었지만, 아침에 짐 싣고 주차장에서 나와 가려면 시간이 걸리겠지 싶어 6:30분에 나가기로 했다. 그런데 왜 호텔에 도착해 보니 35분 밖에 되지 않은 것일까? 날씨가 좋을 때야 25분쯤 기다리는 것이 별일 아니지만, 난 여름나라 출장이라 옷도 얇게 입고 얇은 패딩하나 입고 있어서 추웠다.


호텔에 도착하니 호텔 도어맨인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가 차문을 열어주셨다. “앗 저 손님 아니에요! 버스 타러 왔습니다”를 외치고 짐을 챙겨 내렸다.


아저씨는 내게 “버스는 7시 1분에 오니까 이리 와사 기다리세요. 아니면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세요. 춥네요.” 하셨다. 호텔 로비는 이해가 갔지만 여기서 ‘이리‘가 어딘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저씨가 오라는 ‘이리‘도 어차피 호텔 밖인 건 마찬가지인데… 저긴 바람이라도 덜 부는 걸까, 갸웃거리고 있었다. 아저씨는 한 번 더 재촉하셨다. ”아니 거기 추우니까 이리 와서 기다리세요. 아니면 호텔 로비에 들어가서 기다리세요. “ 난 이해는 가지 않았지만 저렇게 걱정해 주시는데 뭐라도 성의를 보여야 할 것 같아서 그 ’이리‘로 몇 발자국 움직였다. 아? 그런데 이 온기는 뭐지? 나는 여전히 호텔 밖에서 몇 발자국 움직였을 뿐인데, 갑자기 칼바람이 사라지고 따듯한 기운이 나를 감쌌다.


고개를 들어보니, 천정에 널찍한 난로가 빨갛게 열을 내고 있었다. 아, ‘이리’가 여기구나! 나는 “감사합니다.”를 외치고 기분 좋게 버스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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