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침대 위에서 세상모르게 자고 있는 강아지 사진을 보내며 “너무 귀엽지!” 했다. 멜로는 하얀 털옷 색과 꼭 닮은 침대 위에서 눈을 꼭 감고 엎드려, 세상 편안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마치 침대와 한 몸이 된 듯한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났다.
친구가 종종 보여주는 멜로 사진 중에서도, 나는 이렇게 깊이 잠든 사진을 가장 좋아한다. 나까지 녹아내리는 듯한 편안함이 전해지고, 세상 근심도 사라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시에 늘 놀랍다. 얼마나 이곳을 안전하다고 여길까. 가족들을 믿지 않고서는 저렇게 경계심 하나 없이 깊이 잠들 수 없을 것이다. 나를 해치지 않을 뿐 아니라 지켜줄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 업어가도 모를 만큼 곤히 자는 것 아닐까.
멜로와 사람은 말을 나눌 수 없지만, 서로의 방식대로 소통하고 공감하며 신뢰를 쌓아왔다. 같은 종,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끼리도 쉽게 얻기 힘든 것이 신뢰인데, 종을 넘어선 이 믿음을 떠올리면 신뢰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