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왜 우세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by 레모몬

지난겨울이었다. 연말쯤이었던가? 직장 동료가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라는 영화를 보러 간다고 말했다. 그녀는 일본어 능력자였는데, 일본어 공부차 때때로 일본 영화를 보러 다니곤 했다. 그 책을 회사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 눈물이 터져 당황한 기억이 났다. 영화로 제작된 줄은 몰랐다. "오! 저도 따라가도 되나요?" 그녀는 나의 동행을 반겼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극장은 한산했다. 스크린도 작고, 관람석도 많지 않은 그런 관이었는데, 영화를 보는 사람 숫자를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영화는 밝고 즐거운 분위기로 시작했다. 나는 일본어 까막눈이기 때문에 일본어가 항상 낯설게 들리는데, 주인공들의 음성이 꽤나 캐릭터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영화가 시작하고 5분쯤 지났을까? 주인공들의 명랑한 모습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난 결말을 알고 있었으니까.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전혀 모르는 천진한 모습이 더 슬프게 다가왔다.


내 옆자리에서 영화를 보던 동료는 내가 눈물이 터진 걸 보더니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흑흑흑. 처음엔 그녀도 이 내용을 아니까 눈물이 터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러 오던 길에 그녀가 무슨 영화인지 전혀 모른다고 말했던 게 생각났다. 나는 조용히 속삭였다. "근데 왜 우세요?" 그녀는 외려 내게 묻는다. "왜 우시는 거예요?" 웃음이 났다. 그녀는 영화가 끝나고 내게 말했다. 그저 내가 우니까 눈물이 쏟아졌는데, 왜 울어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서 울면서도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물론 영화 후반부에 우리는 모두 꺼이꺼이 울며 영화 관람을 마쳤다. 흑... 세상 풍파에 찌든 언니들에게 고등학생들의 절절한 마음은 너무나 소중하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정신을 차리고 나자, 그녀가 나를 놀리기 시작했다. "근데 영화 시작하고 5분 만에 울 일 인가요??? 전혀 슬픈 장면도 아닌데!" 아니... 난 울게 된 이유라도 있지... "전 결말을 아니까 슬펐던 거죠. 근데 이유도 모르면서 우셨잖아요!!!" 우리는 다음날 회사에 출근해서 누가 더 울보인지 어제 상황을 이야기했는데,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평을 들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냥 따라 우는 사람이 더 울보 아닌가?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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