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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Aug 02. 2023

목례 또는 안녕하세요.

아아 네 안녕하세요. 뚝딱뚝딱. 

이제 이사 온 지 약 한 달 반쯤 되었다. 회사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살다, 원치 않는 시간에 무방비한 상태로 회사 사람들을 만나는 게 불편해 조금 멀리로 이사했다. 차가 막히지 않을 때 운전하면 한 15분 거리로 이사했는데, 붐빌 때 운전하기 싫어 아침에 서둘러 나가는 점을 제외하면 나름 만족 중이다. 


이사 며칠 후 남동생이 부모님 집에서 안 쓰는 스탠드 에어컨을 가져다줬다. 온 김에 하루 자고 갔는데, 주차장을 다녀온 남동생이 말했다. "누나, 여긴 엘베에서 인사해?"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나는 대답했다. 아직 이사 온 지 며칠 되지 않았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편이라 엘리베이터를 누군가와 같이 탔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누나, 여긴 엘베에서 인사해?"

그리고 한 달 반이 지난 나의 결론, 여긴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한다. 그것도 목례가 아니라 약간 미국 느낌의 스몰토크를 곁들인 인사. 일단은 "안녕하세요"류의 인사말로 시작된다. 나는 목례정도를 준비하고 있다가, 조금 뚝딱거리며 "아아 안녕하세요"하고 인사에 화답하게 된다. 그래도 여기까진 난이도 3 정도?

"안녕하세요"


문제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다. 내릴 때 또 인사를 한다. 날씨 얘기를 곁들이기도 하고, 잘 가란 이야기도 덧붙이고. "오늘 날도 더운데, 조심하세요" 뭐 이런 느낌이거나 "그럼 가보겠습니다" 하시거나... 난 내릴 때 하는 "소리 나는" 인사를 받을 거란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가 당황해서 무슨 말을 하셨는지 제대로 듣지 못하고 그저 "예예" 하거나 할 말이 급하게 떠오르지 않아 목례만으로 답하기도 한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집에서 10분 거리 사는 지인은 목례정도만 한다고 대답한 걸 보면 이렇게 엘리베이터에서 소리 내어 인사하는 건 동네 문화 또는 아파트 문화인 듯했다. 처음엔 당황했고, 아직도 사실 조금 낯설어 버벅대지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엘리베이터는 꽤나 좁은 공간으로 낯선 사람과 공유할 때 불편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인사를 하고 한 두 마디 말을 건네는 순간 그 공간이 갑자기 꽤나 편안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하는 중이다. 한두 달 뒤에는 어쩌면 내가 먼저 "안녕하세요!"를 힘차게 건네고 이런저런 오지랖을 부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내릴 때 할 인사말을 준비해야 한다. 


모범 답안은 "먼저 내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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