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모몬 Aug 03. 2023

은퇴준비

매년 하나씩 시도하기

몇 년 전 일이다. 더운 여름 저녁, 시끌시끌한 이태원의 쿠바 식당에서 고등학교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서로 근황을 전하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는 당시 폴댄스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엔 다리가 멍투성이가 됐었다며 직접 폴댄스를 하는 영상도 몇 개 보여줬다. 폴댄스 문외한인 나도 영상을 보며 그 친구가 실력이 늘고 있다는 건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군가가 무엇인가에 푹 빠져있는 모습을 보면 참 즐거운데 그날 그 친구에게서 그런 열정을 느껴져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가 문득 말했다. "은퇴 준비 하는 거지 뭐." 우린 아직 은퇴를 말하기엔 젊은 축에 속할 텐데, 은퇴 준비라는 말이 낯설게 다가왔다. "은퇴?". 그녀는 은퇴에 가까운 나이가 되면, 그때 새로운 걸 배워 취미생활을 시작하는 게 어려울 것 같아, 매년 한 가지씩 시도해 보고, 재미가 있으면 그걸 취미로 삼고, 재미가 없으면 다음 해에 다른걸 또 시도해 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은퇴할 때까지 매년 새로운 걸 한 가지씩 하다 보면 몇 가지 취미는 생기지 않겠냐며.


정말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뭔갈 마음먹고 계속하겠다고 작정하면 부담스러웠지만, 재밌을지 한 번 시도해 본다고 생각하면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맞이한 새해, 나는 한국무용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평소에 북이나 장구소리가 듣기 좋다고 생각했었고, 한국무용의 움직임도 예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 뒤로 3년 정도 배우게 되었고 열정적인 선생님 덕분에 공연도 한차례 참여할 수 있었다. 그 뒤로도 1년에 하나씩 시도하기는 지속 중이다. 달리기, 독서노트 작성하기, 그리고 브런치에 글쓰기. 내년엔 또 뭔갈 새로 해볼까 고민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목례 또는 안녕하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