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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Aug 02. 2023

잃어버린 비밀번호를 찾아서

À la recherche du mot de passe perdu

2015년 여름에 구매한 내 맥북은 이제 8살이 되었는데, 아직 멀쩡히 작동 중이다. 올해 초 위기가 한 번 찾아왔었다. 맥북을 켠 후, 로그인 비밀번호를 까맣게 잊어버린 것. 열 번쯤 시도하다 겁이 났다. 이러다 잠겨버리면 어떻게 하지?


노트북을 자주 사용했더라면 비밀번호를 잊지 않았을 텐데, 마침 비밀번호를 바꾼 뒤 정신없이 바빠져 몇 달 만에 노트북을 켜는 상황이었다.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비밀번호를 바꿨던 날은 기억이 났다. 그날 난 평소에 돌려 막기 식으로 사용하는 비밀번호군에서 하나를 고르지 않고, 뭔가 새로운 조합을 사용했었다. 그리고 힌트를 어디엔가 남겨두었다. 이런 모든 상황은 다 기억이 났다. 비밀번호만 빼고.


노트북이 잠겨 해결이 더 어려워질까 봐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아이튠즈를 이용해 이렇게 저렇게 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휴...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고객센터 상담사는 내게 초기화를 제안하며 비용은 9만 원이라고 이야기해 주신다. 그리고 "계속 틀려도 노트북은 잠기지 않으니, 더 시도해 보셔도 됩니다!"라며 응원 비슷한 조언까지 남겨주시고.


9만원 이야기는 갑자기 내게 엄청난 집중력을 선사했다. 모든 힌트는 이 맥북 안에 있다. 뭘까. 난 분명 힌트를 남겨 놓았다. 내가 실종됐다고 생각을 해보자. 이 노트북을 남겨놓은 채. 나는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노트북을 닫았다, 열어보았다. 무엇이 보이는가!!!


그때였다. 노트북의 배경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프랑스의 남부 도시. 노트북을 샀던 해에 여행을 갔던 곳. 설마 여기? 마르세유? 마르세유를 영타(akfmtpdb)로 바꿔 치고 자주 사용하는 숫자와 특수문자를 조합해 보았다. Voila! 로그인 성공. 9만 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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