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찬란한 빛

밝아오는 태양

by 레모몬

프리랜서로 일할 때였다. 통역이 없는 날인데 하루 종일 번역을 해야 하면, 아침 일찍 짐을 챙겨 근처 스타벅스에 가곤 했다. 일의 능률을 따지자면, 집에서 번역하는 편이 집중도 잘 되었고 까페의 테이블보다는 내방 책상이 더 편했다. 그런데 하루 종일 집안에서 번역을 하다보면 이따금 숨이 턱턱 막혀왔다. 그래서 나름 생각해 낸 방법이 아침에 두 시간 정도 스타벅스에 가서 번역을 하는 것이었다. 매장을 여는 시간에 카페에 가면 테이크아웃 손님은 많아도 매장을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 조용해 일하기에 좋았다.


그날도 노트북을 싸가지고 아침 일찍 스타벅스에 갔다. 겨울이었고, 집에서 나갈 때 아직 어둑어둑했다. 창가에 설치된 바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전원에 연결하고, 번역할 파일을 살펴보고 있었다.


아래층에서 커피가 완성됐다며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아메리카노를 받아왔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고 노트북을 만지려는데, 창밖에서 해가 뜨는게 보였다. 통유리로 된 창가자리였는데, 밖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겨울엔 참 해가 늦게 뜨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창밖을 보니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이 범상치 않았다.


분명 처음에 해가 저 멀리 건물들 사이에서 떠오르고 있었는데, 저 멀리 있던 태양이 조금씩 내게 다가 오는 느낌이 들었다. 해가 뜬다는 건 원래 이런 것일까? 빌딩 사이에 빛으로 존재하던 태양이 완벽한 원의 형태를 갖추고 성큼 다가왔다. 점점 커다랗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눈이 부셔 눈이 시렸다. 그리고 벅차오르는 느낌과 함께 가슴이 찌릿했다. 한편으로는 거대한 태양에 압도되어 두렵기도 했다. 나는 모든 걸 중단하고 그저 창밖을, 태양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또 태양이 빠른 속도로 성큼 내게 다가오더니 창을 뚫고 들어오려는 듯 다가왔고, 난 눈이 부신 와중에도 태양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내 주변이 마침내 빛으로 가득 찼다.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했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없었다.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 태양은 점점 다가와 내 눈이 멀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알람이 울렸다. 그리고 눈을 떴다. 내 눈 앞에서 스탠드가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내 침대옆 스탠드는 한 번 터치를 할 때마다 더 밝아지는 제품이었는데, 잠결에 계속 터치를 한 모양이었다. 원효대사의 해골물이 생각나는 아침이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