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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Jul 24. 2023

닉네임으로 불러드리겠습니다!

아... 닉네임 부끄러운데...

비가 예정된 주말, 원래 계획한 일정을 취소했다. 뭘 할까 하다, 안 가본 스타벅스 매장 한 군데나 가서 매장도 구경하고, 책도 좀 보다 와야겠다 싶었다. 회사에서 누가 "주말에 뭐 하시나요?"라고 묻길래 오전에 스타벅스에 갈 예정이라고 하니, 한 대학가 근처 스타벅스를 추천해 주었다. 방학이라 아침에 학생들도 별로 없을 테고, 주차장도 있어 편할 것이라며.


그래서 찾은 스타벅스. 나는 주말에도 어김없이 아침형 인간이기 때문에, 아침밥까지 차려먹은 후 스타벅스에 도착해 보니 7:30분이었다. 문 여는 시간을 확인하지 않고 출발해 조금 불안했는데, 다행히 문을 연 것 같았다.


매장에 들어가니 내 앞에서 야구복을 입은 아저씨들이 단체로 주문하고 계셨다. 야구 동호회 그런 활동을 하는 분들 아닐까? 여하튼 한 분이 "저 자몽허니블랙티요"하니 나머지 분들도 "나도 그거"를 외치셨다. 대여섯 분쯤 되어 보였는데, 다들 피곤한 얼굴로 눈을 겨우 뜬 모습처럼 보였다. 주문을 받은 분은 "네! 닉네임으로 불러드리겠습니다!"하고 활기차게 대답했다. 그러자 계산을 했던 야구복 아저씨(범죄도시 3의 초롱이 느낌)가 "아... 닉네임 부끄러운데..." 하셨다.


나는 주문을 하고, 2층에 자리를 잡았다. 매장을 연지 얼마되지 않아 2층엔 손님이 한 명밖에 없었다.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 책과 노트북을 꺼내고 있는데, 음료가 준비되었다는 알림이 온다. 오! 1층으로 바쁘게 내려갔다. 내가 주문한 바닐라크림콜드브루와 샌드위치가 한쪽에 담겨 있었고, 또 한쪽엔 자몽허니블랙티들이 대여섯 잔 있었다.


아메리카노로 보이는 음료에 얼음을 채우던 분은 내게 활기차게 물으셨다. "릴리님이신가요?!!!" 나는 "앗. 아니요."하고 내가 주문한 음료와 샌드위치를 가져가려는데, "릴리"소리를 듣고 야구복 아저씨들이 다가오셨다. "이거... 릴리..." 하시면서. 스타벅스 직원분은 다시 활기차게 "릴리님이신가요?!! 주문하신 자몽허니블랙티 준비되었습니다!" 하시는데, 난 웃음이 터질까 봐 어금니를 꽉 깨물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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