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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Jul 23. 2023

이게 바로 자각몽?

 뭐야, 나 하늘을 날 수 있잖아? 

나는 요란한 꿈을 자주 꾸는 편인데, 보통은 깨고 나면 안심하게 되는 그런 편이다. 그런데 그날은 꿈속에서 이게 꿈이란 걸 어쩐지 인식할 수 있었다. 난 초고층 빌딩의 통유리창을 통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시의 야경을 즐기다 문득 '내가 어떻게 이렇게 창에 바짝 붙어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라면 무서워서 가까이 가지 않았을 테니까. 그때 이게 꿈속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약간 신이 났던 것도 같다. 꿈속이라니, 뭔가 원래 못하는 걸 시도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문득, 여기서 뛰어내리려는 시도를 하면 꿈인지 현실인지 더 분명히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현실이라면 유리창에 부딪쳐 꽈당으로 끝날테고, 꿈속이라면 내가 저 유리창을 뚫고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겁은 좀 났다. 꿈속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도 있었고, 그리고 난 원래 높은 곳이 무서운데 당시에 무섭진 않았지만 다시 무서워지면 어떡하나 그런 생각.


하지만 난 매우 용감하게 시도를 했다. 저 멀리로 뛰어가서 있는 힘껏 창을 향해 돌진했다. 꿈이라면, 나는 상처하나 입지 않고 저 유리창을 통과해 공중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눈을 질끈 감고 달리다, 유리창에 닿는 느낌이 나더니, 갑자기 발에 아무것도 닫지 않는 느낌, 즉 공중에 뜬 느낌이 들었다. 후~ 꿈속이니 이렇게 날아도 보는구나 하며 도시를 신나게 날아다녔다. 무서워하지 않는 나 자신에 놀라워하면서!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 자꾸 신발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그날 하필 쪼리를 신고 있었는데, 날아다니다 신발이 떨어질 것 같아서 걱정이 됐다. '신발을 잃어버릴까', '떨어트리면 누군가 맞을까'. 점점 신발 때문에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가 없었다. 난 발에 힘을 꼭 주고 있었다. 쪼리에만 온통 신경이 쏠렸다. 조금이라도 바람이 불어오거나, 내가 빨리 움직이면 신발이 날아가버릴 것 같아 두려움마저 들었다. 이제 밤하늘의 자유도 시원한 바람도 느낄 수가 없었고, 쪼리가 떨어질까 하는 걱정만 남았다. 그리고 나는 발에 힘을 꽉 준채 잠에서 깼다.


깨고 나니 아쉬웠다. 꿈속인데 신발 한 짝쯤 잃어버리면 어떤가. 왜 그땐 그 생각을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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