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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Aug 10. 2023

그때 내가 뭘 한 거지?

아직도 모르겠는 일.

며칠 전 이효리와 엄정화가 함께 나온 프로그램 예고편 같은 것을 봤다. 나는 TV가 없고, 유튜브도 잘 보질 않아서 요즘 인기 있는 아이돌은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데, 얼굴 아는 연예인이 나오니 반가운 기분이었다. 


그리고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중학교 때였다. 이유는 알 수 없는데, 내가 반 아이들 앞에 나가 있었다. 선생님도 계셨던 기억이라 수업시간 중이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내게 춤이나 노래를 요구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그때도 굉장히 내성적인 사람(인프피!)이었고 앞에 나서거나 주목받는 걸 정말 싫어했기 때문에 굉장히 난감했던 그 기분이 기억났다. 


당시에 반 아이들의 요구가 어찌나 드셌는지, 나는 뭐라도 해야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그때도 난 TV를 잘 보지 않고 유행을 잘 모르던 애여서 할래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정말 곤혹스러운 순간이었는데, 이 난관을 어떻게 넘어갈지 고민하는 찰나, 갑자기 아이들이 "와!!!!!!!!!!!!!"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난 어리둥절했는데, 아이들은 만족한 듯해 보였다.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뭔가 한 듯한 취급을 받고 있었으며, 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그 순간에서 풀려나 내 자리로 올 수 있었다. 친구들은 나에게 '너에게 그런 모습이 있는 줄 몰랐어'류의 반응을 보이며 엄청 웃고 있었다. 나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지만, 마치 용기 내서 뭔갈 한 사람 행세를 하며 자리에 앉아 대꾸를 했다. 


아이들의 반응을 종합해 본 결과, 내가 앞에 나와 부끄러워서 한 어떤 제스처가 당시 인기 있는 어떤 걸그룹의 시그니쳐 댄스 동작이었던 듯했다. 아직도 그게 누군지, 뭔지 전혀 알 수 없기는 하지만. 누구인지 모르는 그 걸그룹에게 고마운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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