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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Aug 13. 2023

안녕하세요 하고 싶은

낯선 듯 익숙한

주말 아침 시간이 나면 방문하는 스타벅스 매장이 있다. 주말 아침엔 조용한 편이라, 시간을 보내기 좋다. 주말 아침에 늘어져있는 것이 제맛이긴 하지만, 또 그러다 보면 소중한 주말이 너무 금세 흘러가 버려 허무하기 일쑤니까. 아침에 한두 시간 한가로운 카페에 가서 책도 읽고 수첩도 정리하고 일주일 동안 읽은 책에 표시해 둔 부분 필사도 하고 나면 주말을 알차게 보낸 느낌이 든다. 


그런데 그 스타벅스에 갈 때마다 보게 되는 분이 있다. 50대 중반쯤 되는 여자분인데, 항상 종이신문 하나, 아이패드, 수첩을 가져오신다. 신문을 읽다 뭔가 메모를 하시고, 문장을 필사하고, 그걸 패드에서 단어를 찾으시는 듯하다. (사실 아이패드 화면이 보이는 건 아니고, 수첩이랑 신문에 같은 글귀가 있는지 본 것도 아니라, 그냥 앞에 앉아 쓰시는 모습을 보고 짐작.)


수첩이 뚱뚱해져 있는데, 글씨를 꾹꾹 눌러쓰다 보면 한 장 한 장 두께감이 새겨 부풀어 오른 그런 뚱뚱함이다. 신문을 읽으시면서 항상 밑줄을 치고 메모를 하시는데, 그 내용까진 보이지 않지만 분석하시는 느낌. 조용하지만, 부산하기도 하고, 늘 집중해서 뭔갈 쓰고 계신데, 적어도 글쓰기가 취미시거나, 직업 작가이실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이렇게 브런치에 소소한 글 나부랭이를 하나 쓰는 동안, 그녀는, 아무 소음도 들리지 않는 듯, 신문과 노트에 빠져있다. 누군가의 조용한 열정을 지켜보는 건 참 기분이 좋은 일이다. 몇 번째 같은 테이블에서 마주쳤는데, 그럼에도 그녀는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가운 마음에 아주 작은 인사를 건네고 싶어 진다. 안녕하세요 소리 내는 인사도 아닌, 목례도 아닌, 아주 찰나의 눈빛 교환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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