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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Aug 18. 2023

아님 말고: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

나는 어릴 때 좀 어떤 애였냐 하면, "싫다"라고 잘 그러는 애였다. 새로운 친구가 다가와도, 새로운 기회가 주어져도, 새로운 환경이 펼쳐져도, 기대나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이유는 막상 시도했다가 나랑 잘 맞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 그러니까 나는 시작하기도 전에 "그만두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그런 걱정이 많은 애였던 것. 


새로운 사람이 내게 다가와 놀자고 할 때, 나는 머릿속으로 이미 그 친구랑 어느 정도 친해져 버렸는데, 그 친구랑 잘 맞지 않아서 같이 놀기 싫을 때 거절하기 힘들 걸 먼저 걱정하는 식이었다. 나는 이미 내 친구들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원래 친구가 많이 필요한 그런 애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친구가 되어준 아이들은 유달리 붙임성이 좋은 아이들이거나 나처럼 좀 조용한 성향으로 곁에 오래 같이 있으면서 천천히 친해진 아이들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걸 시도하기보다 싫다고 안 하는 쪽으로 결정을 하다 보면 사건 사고에 휘말리거나 드라마가 펼쳐질만한 일들은 꽤 피하며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 나는 얌전한 모범생과였는데, 그럼 하기 싫은 일들을 요리조리 피해도 선생님들이 내게 그렇게 강요하진 않으셨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나를 꿰뚫어 보는 한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다. 그 선생님은 내 불안을 정확히 알아보셨고, 내게 하루는 네 글자를 말씀하셨는데, 그게 바로 "아님 말고". 그냥 해보고, 저질러 보고, 아니면 말라는 것. 그래도 된다는 것. 친구가 되었다가도 부담스러워지거나 불편해지면 그냥 거리를 두면 된다는 것. 그걸 내가 결정할 수 있다고 말이다. 


내가 그 선생님을 만난 이후로 바로 "아님 말고"식으로 살게 되었을까? 그렇지 않다. 그런데 하루는 파고다에서 새벽에 영어 수업을 듣는데, 같은 수업을 듣던 학생 한 명이 내게 아침으로 김밥을 먹고 가자며 말을 붙였다. 예전의 '나'라면 친절한 말투로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을 만한 핑계를 하나 던지고 거절했을 텐데, "그럴까요?"라고 대답하는 일이 조금씩 늘어나는 식. 전혀 준비가 안된 상황에 예상하지도 못한 어떤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한 번 도전해 보기도 하는 식. '아님 말고'라고 스스로 되뇌며 용기를 내다보니 재밌는 일들이 더 많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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